'쉬리의 여전사' '양들의 침묵에서 연쇄살인마를 쫓는 조디 포스터' '터미네이터2의 린다 해밀튼' 내달 2일 첫 방송되는 SBS TV의 새 일요시트콤「여고시절」(매주 일요일 밤 9시50분) 에서 공부 잘 하는 여고생으로, 강력계를 담당하는 여검사로 나오는 임성민(31)이 하고 싶은 연기들이다. 29일 「여고시절」 시사회장에 모습을 나타낸 임성민은 자신이 맡은 여검사 역할에 대해 "내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강렬한 기운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초보연기자답지 않게 자신감을 나타냈다. "남들은 무섭다는 권총 사격도 재미있더라구요" 「여고시절」에서 이주희.이유진과 단짝 친구로 나오지만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의 여고생 보다는 훗날 조폭들을 휘어잡는 여검사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하지만 여검사는 이제 시작이고 하고 싶은 연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임성민은 TV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출연에도 적극 관심을 갖고 있다. 소속사 연예감독으로부터 본격적인 연기수업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그는 수준급이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합창반에서 활동하며 풍부한 성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셈. "아나운서에서 출발, MC에 이젠 연기까지 .. 남들은 그저 이것 저것 호기심으로해보는 정도로 알지만 저에게 연기는 간절한 꿈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일을 할 겁니다" 사실 연기자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91년 KBS 14기 공채시험에 합격했던 전력만 봐도 그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20대때 연기자로서의 첫번째 출발은좌절됐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러 꿈을 이루게 된 셈이다. "1남3녀중 맏딸로 한번도 부모님의 뜻을 거역한 적이 없었어요. 아버님은 다소완고한 편이셨구요. 그래서 연기자가 되려고 했지만 당시에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난 2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KBS 아나운서 자리를 미련없이 박찰 수 있었던것도 오랫동안 꿈꿔온 '멀티 엔터테이너'를 향한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는 뒤늦게 연기자로 변신하는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집안의 반대로 자신의 재능을 못살렸다는 뜻으로 전달될 수 있어 부모님께 죄송한 생각이 든다는 말도 곁들였다. 인터뷰도중 그는 '멀티 휴먼'이란 말을 두 차례나 썼다. 이제라도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느껴졌다. 결혼관을 물으니 "짝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당분간 연기외에는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눈치다. 애인은 아직 없지만 배우감에 대해서는 '서로의 인생에 도움울 줄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한 사람'으로 꼭 연기자일 필요는 없다고. 스무살 안팎의 나이에 '뜨는' 연기자들이 양산되는 방송계 풍토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KBS 아나운서를 거친 뒤 서른을 넘긴 나이에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