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제작비(70억원)가 투입된 김성수 감독의「무사」는 제작 단계서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국내영화로는 전례없이 한ㆍ중ㆍ일 3국의 스태프가 공동으로 참여한 데다 중국현지에서 100% 촬영이 진행됐고, 후반 작업에만 무려 6개월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쏟아부은 노력이 결실을 본 듯「무사」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대한 규모나 스펙터클을 선보이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국적 스태프 = 「무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최강 스태프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제작 단계부터 철저히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기획됐다. 「시황제 암살사건」으로 지난 99년 칸 영화제 최우수 미술 공헌상을 수상한 미술 감독 후오팅샤오가 600여년 전 중국 속의 고려를 고증을 거쳐 재현해 냈다. 애니메이션「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영화 음악 사상 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던 일본의 작곡가 사기스 시로는 음악을 맡아 꼬박 1년 동안「무사」에만 매달렸다. 여기에「와호장룡」으로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도약한 여배우 장쯔이가 가세해 국제 영화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밖에 말 한 필마다 달린 조련사까지 포함해「무사」에 투입된 중국과 한국인 스태프들은 총 500여명이 넘을 정도. 이 때문에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극중 전투 장면보다 더 큰 `전쟁'이 촬영장에서 연일 벌어졌다는 게 김성수 감독의 후일담. ▲중국 올 로케 = 100% 중국 현지 촬영은 모험이었다. 영하회족 자치구 중웨이에서는 귀양을 떠나던 사신과 무사 행렬이 원군에 습격당하는 장면을, 인촨시 타오러에서는 무사 일행이 부용 공주를 납치하려는 원군과 맞닥뜨리는 장면을 각각 찍었다. 또 무사들의 최후의 결전장면은 랴오닝성 싱청에서 찍는 등 중국 각지의 14곳을돌며 촬영을 마쳤다. 거리로만 따진다면 1만 ㎞를 이동한 셈이다. 여름에는 한낮 온도가 섭씨 60도까지 올라가 해가 지기를 꼬박 기다려야 했을 정도. 극중 마지막 토성 전투신의 경우, 흐린 날씨를 재현하기 위해 주위에 거대한 불을 피워놓고 연기로 태양을 가린 뒤 겨우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막이라서 한 번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바로 코 앞에 촬영지를 정해 놓고도 제작진 전부가 주위를 멀찌감치 빙 돌아서 가야만 했다. 그런가하면 겨울에는 바닷물까지 얼어버리는 영하 20도의 추위와 싸워야 했다. ▲사실적인 액션 연기 = 배우들은 촬영 4개월 전부터 승마와 중국어, 무술 연마에 매달려야 했다. 한 손에는 말 고삐를 쥐고, 또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마상 액션 연기나 활, 창, 검을 들고 펼치는 액션 등 위험한 연기도 대부분 대역없이 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주진모는 시나리오를 받고 "이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고, 안성기는 "우린 죽었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후반 작업 = 「무사」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후반 작업. 필름의 양이 너무 방대해 편집을 위해 편집기에 필름을 입력하는 데 만 한 달이 걸렸다. 또 O.S.T 작업을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음악을 녹음했고, 도쿄와 런던 등에서 음악 믹싱 작업을 했다. 호주의 현상소와 녹음실 등도 거쳤다. 따라서 보통 1-2개월 걸리는 후반 작업은 6개월이 이상이 소요됐고, 개봉은 차일피일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무사」의 대장정을 끝낸 김성수 감독은 "다시 찍으면 좀 더 쉽게 찍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피땀 흘려 체득한 노하우를 이용해 범아시아 영화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