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서울 답방을 미룸으로써 클린턴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기회를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외교협회(CFR)가 20일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CFR의 한반도 특별반은 이번 주에 발표할 `북한에 대한 시험: 한국과 미국의 다음 단계 정책'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충분히 납득할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답방을 미루고 있다며 북한이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방북에 대한 답방을 너무 늦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조치를 취할 적기를 놓친 전례를 상기시켰다. 페리 전 장관은 지난 1998년5월 금창리 지하시설을 점검한 뒤 북한 고위 관리를 초청했으나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에 온 것은 15개월이나 지난 2000년10월로 대선을 코앞에 둔 클린턴 당시 대통령으로서는 주요 외교 정책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2002년12월에 치러지는 점을 들어 내년초까지 남북 관계가 새로운 탄력을 받지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남북 화해를 위한 주요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기 둔화에 국내 사정까지 겹쳐 올 들어 한국 경제가 크게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바람에 남한의 대북 지원은 어느 정도 축소가 거의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남북 관계의 구체적인 결실이 없는 데다 김 위원장이 답방 약속 이행을 꺼림에 따라 북한에 대한 남한의 지원 열기가 식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김 대통령의 관대한 지원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인색해 남한에서는 회의론과 함께 정치적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밖에 대북 지원과 미사일 연계 등 경제 원조와 안보를 군사 위협 감소와 교환하는 거래를 추진하고 김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적극 지원하며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 대안은 CFR 특별반이 지난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정책 권고 서한이나 6월에 발표한 한반도 정책보고서 요약본과 별 차이가 없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