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영수회담 개최합의에 따른 본격적인 준비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비난과 한나라당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비난 당보 발간으로 여야간 친일논쟁이 재연되면서 영수회담 가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민주당 = 안 위원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지도부는 "당의 입장이 아니다"며 안 위원 대신 사과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당4역 및 상임위원장단 회의에서 "(안 위원의 발언은)당의 의사가 아니지 않느냐"며 선을 그었다. 특히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영수회담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서울과 울산 국정홍보대회를 취소했는데도 이런 돌출발언이 나와 미안하게 됐다"며 안 위원 발언을 돌출발언으로 규정하고 "대단히 잘못된 일이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이와 함께 내주초 남궁진(南宮鎭)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준비협의를 하는 데 이어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총장과 회동 계획도 세우는 등 영수회담 준비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어제 청주대회에서 안 위원이 이 총재를 겨냥해 발언한 것은 당의 입장이 아니고, 특히 영수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는 점을 당의 입장으로 해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영수회담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한나라당이 우리당의 입장을 수용해 영수회담 준비 실무대화에 응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 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총재에게 X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으나 친일파라고 비난한 데 대해선 "야당도 우리보고 빨갱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해명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전 대변인은 또 야당측의 김 대통령 비난 당보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국가원수에 대한 사진을 게재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야당측도 대여공격을 자제하고 대화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한나라당 = 안동선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한 강경대처 발언이 속출했다. 여야영수회담 무산을 노린 `역할 분담'에 따른 의도적 발언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날 발간된 당보에서 인터넷에 올랐다는 '일본군복 입은 대통령 사진'을 게재하고 `DJ 거짓말은 계속됩니다'는 기사를 싣는 등 맞공세를 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8.15 경축사에 알맹이가 없다보니 고육지책으로 영수회담을 제의해놓고 막상 하자니 부담스러워 `깽판'을 놓자는 의도 아니냐"며 대통령의 사과와 안 최고위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권 대변인은 `양두구육 정당 민주당', `파렴치의 극치', `패륜적 욕설의 나열',`더위에 정신이 돈 사람' 등 극한용어를 성명에 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서울 시국강연회에 앞서 배포한 원고에서 "시정잡배만도 못한 저질스러운 허위비방과 인신공격을 일삼는 한심스런 여당의 행태를 보면서 영수회담 제의에 어느 정도 진실성이 담겨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지난번에도 영수회담 직전 `안기부자금 파문'과 민주당 의원 이적을 야기하더니, 이번에도 야당 총재에게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한 것은 회담을 깨기 위해 계산된 발언"이라며 "대통령사과와 안 최고위원 사퇴없이는 회담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우리가 공개적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면 좋겠는가"라며 "정국 판을 뒤집기 위한 큰 음모가 있어 이런 짓을 하는 만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영수회담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선(先) 사과, 후 회담'을 요구할지, 아니면 여권의 후속조치까지 실무협상 대상으로 할지는 추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황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