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건축가 / (주)서울포럼 대표 > 얼마 전 상하이에서의 회의가 인상적이었다. 이름인즉 '상하이 시장을 위한 국제기업 카운슬'이다. 유수한 국제기업들이 상하이의 미래개발이란 주제로 국제회의를 주최하는데,회의엔 상하이 시장뿐 아니라 부시장 국장 등 간부급,그리고 시 공무원,관련 기업 경영자 등 약 7백여명의 관계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사항 세가지.첫째,회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둘째,세계적인 대기업의 회장급들이 직접 제안 발표를 한다는 것.셋째,상하이 시장이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직접 토론을 주재한다는 것-.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의 분위기였다. 상하이가 중국 세계화의 교두보이자 중국 경제진출의 디딤돌이고,상하이 시장이 중국 정치권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있을만한 포맷이다. 그러나 국제기업의 회장들이 상하이 미래개발에 대한 아젠다를 직접 설정해 시장에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게다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상하이 측도 국제언어인 영어로 듣고 또 토론할 정도라니 놀랍다. 더구나 학계나 연구계도 아니고 현실 정치인,현장 관료들이 그렇게 한다니 역시 중국은 통이 크다. 발빠르다. 귀가 크다. 행보가 크디크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떨까. 경제규모나 시장이 크지 않은 우리 사회에 어느 국제기업(들)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와 정책 제안을 공개적으로 할 것인가? 그런 분위기가 될 만큼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호의적인가? 무엇보다도 어떠한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고,실제적인 내용과 성과를 챙길 만큼 실사구시적이고 냉철한가? 현실 정치인,현장 관료들이 그럴 만큼 자신이 있고 또 내용으로써 토론할 수 있는가? 중국은 '규모로서의 대국'일 뿐 아니라,비전을 만들고 비전을 키우고 현장의 경쟁력으로 만드는 '실용적 대국'으로 떠오른다. 제국주의의 침략과 내란과 이념 투쟁의 1백여년 동안에도 결코 잠들지 않았던 중국 특유의 실용주의가 새로운 힘을 얻고 있는 시대다. 기업인뿐 아니라 관료 정치인,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뼛속 핏속에 녹아있는 것이 장사꾼 기질,자본주의 기질이다. 우리 사회는 중국의 빠른 행보에 우려도 한다. 자칫 몇년 내에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중국의 그것에 밀리지 않겠는가,중국의 파상공세에 파죽지세로 쓰러지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신중하게 따져보고 실제적으로 대응할 일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적대적 경쟁국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에 호혜적 경쟁국이자 가장 든든한 시장교류 대국이며 문화교류 대국이 아닐 수 없다. 규모로 비교를 할 수 없기에 오히려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바로 옆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이 경제침체의 돌파구를 못 찾는 이 시점에 중국이 새롭게 떠올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중국에는 긍정적인 '한류(韓流)'의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잠깐의 바람'이 아니라,중국에 면면히 흐르는 '동풍'이 되기를 바라고,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일이다. 중국 사회,중국 문화,중국 시장은 결코 잠깐 치고 빠져 나올 대상이 아니다. 서구 시장처럼 문화적으로 호흡을 맞추기에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는 '먼 사회'도 아니고,일본 시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고심해야 하는 '가깝고도 먼 사회'도 아니다. 중국은 말 뜻 그대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시장에 파고들고,중국의 문화와 호흡하며,중국의 사회와 교류하고,중국의 개방적인 파도를 같이 타고,중국의 실사구시적 태도와 호흡을 맞추는 일은 결코 냄비 물 끓듯 또는 한탕 하듯 해서는 안되는 일일 것이다. 중국의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행보에 맞추어 한국의 전략을 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일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더불어 중국이 도약하는 행보에 한국도 행보를 같이 하는 전략을 짜야 할 일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달리,'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으로 만들기를.중국도 한국을 그렇게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느끼기를.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