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 의존이 심각한 동남아 경제의 전망이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제전문가들이 5일 말했다. 이들은 미국이 지난 2.4분기에는 8년 사이 가장 낮은 0.7% 성장에 그쳤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미국이 회복되기 전까지 동남아 경제의 장래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ABN 암로 은행의 제라르 테오 동남아담당 연구원은 "문제는 미국 경제가 언제바닥에서 벗어나느냐는 것"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따라 금리를 내렸고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세금 환급도 실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연말 께 바닥 탈출이 기대되기는 하나 현재로선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레베카 패터슨 통화전략 연구원도 "미국 경제가 3.4분기에 바닥에서 탈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미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데스먼드 서플 책임연구원은 "(미국 경제) 전망이 극히 어둡다"면서 "미국 전자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SG 증권도 최근 동남아 주요국의 올해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인도네시아는4%에서 2.9%로, 말레이시아는 6.2%에서 0.7%로, 그리고 필리핀은 3%에서 2.1%로 각각 낮춰졌다. 또 싱가포르는 6.7%에서 1.3%로, 태국도 3.7%에서 2%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역내 정부들이 성장 촉진을 위해 재정을 신규 투입할 여력도 거의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역내의 구조 개혁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설사재정이 추가 투입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BN 암로의 테오 연구원은 "동남아 국가들이 구조 개혁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신규재정 투입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정 구조가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싱가포르가 22억 싱가포르달러(12억 달러)를 경기 부양에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둔화의 충격을 완충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음에서도 뒷받침된다. 그러나 일단 구조 개혁이 완수되면 효과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역내 국가들이 수출에 더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경제 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고내수 기반을 공고히하기 위한 구조 조정에 성공하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