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섬유->반도체->자동차' 주력 수출품의 변천사다. 산업 발달사이기도 하다. 한국이 세계 수출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해방직후인 46년.오징어 철광석 등이 수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당시의 연간 수출액은 3백50만달러 남짓. 산업화가 막 시작됐던 60년대초의 대표 수출품은 여전히 철광석이었다. 다만 공산품으로는 처음으로 합판이 10대 수출품으로 등장,공업국으로서의 변신을 꾀하던 당시 정황을 엿보게 하고 있다. 70년대는 주력 수출상품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다. 섬유 합판 가발이 나란히 수출 1~3위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자제품 과자 신발 연초는 5~8위 수출상품으로 떠올랐다. 반면 이전까지 수출 1위를 다투던 철광석은 4위로 밀려났다. 특히 전자제품은 75년에 2위 수출품으로 수직 상승하며 가전 강국으로서의 기틀을 닦게된다. 섬유와 가전제품은 한국이 77년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상품이기도 하다. 80년대는 신흥 공업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시기.선박 반도체 자동차 등 중공업분야 제품들이 서서히 10위권안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출은 79년 4억2천만달러에서 89년 40억2천만달러로 9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는 85년에 10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이렇게 한국 대표상품으로 떠오른 반도체와 컴퓨터는 전세계 IT(정보기술) 붐을 타고 90년대 후반 "반도체 경기론"이 등장할 정도로 핵심 산업분야로 자리잡았다. 99년과 2000년 수출 1~2위 품목을 반도체와 컴퓨터가 나란히 차지하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올들어 대표 수출주자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IT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 6월부터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지난해까지 2위였던 컴퓨터도 자동차와 선박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다만 반도체가 재도약할 지,자동차가 1위 자리를 고수할 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것으로 보인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