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 아래서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을 정책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과학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하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은 1일 "과학기술과 관련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모두 기초과학 역량은 뛰어나지만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정부와 의회, 대통령과 총리가 과학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예산대비 과학기술 예산 5%선으로 확대 과학 대중화와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 전통산업과 신기술의 결합 여성인력 육성 등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의 성과는. "우선 우크라이나와는 과학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하고 민군 겸용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광학, 신소재 등 군수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우리는 정보통신, 기계, 조선 등 민수 산업이 발달돼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군수기술이 국내에 이전되면 우리 주력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나노 통신 등 4개 분야에 걸쳐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과학자간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퀴리부인의 나라 폴란드는 엄청난 과학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생명공학, 화학, 첨단 기능성재료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가다. 광학, 레이저, 신소재 등 11개 연구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으며 폴란드의 우수 과학자를 국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유치하기로 했다. 공동 심포지엄도 열기로 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바르샤바공대간 협력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향후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다" -양국 방문을 통해 느낀 점은. "두 나라 모두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산업계 학계 연구소간 협력체제가 미약한 상황이다. 민간부문은 현재 태동 단계다. 연구개발이 국가중심으로 추진돼와 시장과 연계한 민간기업 주축의 기술개발이 부족하다. 우리가 민간기업 중심의 연구개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치불안도 과학기술 발전의 저해요인이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 교육 등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전략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외국 기술을 도입하거나 선진업체와 연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외교활동은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협력 대상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보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술 중진국이 돼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기초에서 응용분야까지 모든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처럼 기초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지만 산업기반이 취약한 나라가 주요 협력 대상이다. 상호 공동연구와 정보교류, 인력교환 등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상대국가도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폴란드에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데. "국가간 협력은 단번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과학기술 관계장관 및 공무원들과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래를 부를 만큼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폴란드의 과기부 장관격인 안줴이 비시니예프스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운동 경력이 있는 데다 정치인이었고 나처럼 시를 좋아했다.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즉석에서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른 경제현안 문제도 논의됐나.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셰무나젠코 부총리를 만나 대우 현지 합작투자사인 URS의 경영권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조만간 상세한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도 대우차 현지법인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향후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은. "과학자들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전달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 과학기술자 사기 진작을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했고墟?인력의 사각지대인 여성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정책도 펴고 있다. 의대 법대에 과도하게 학생들이 몰리는 문제를 개선, 과학기술 인력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명실상부한 영재교육기관을 만들어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전통 산업에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첨단산업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도 노력할 것이다. 당장 걸린 현안은 내년 예산에서 일반회계의 5%를 연구개발비로 확보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과학 영재가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만큼 잠재력이 있다. 정책적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하면 국가 경쟁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다. 이 점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과학기술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