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졸라맨...모르면 '왕따' .. 플래시 애니메이션 전성시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조용한 음악회.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퍼지고 관객들은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이때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정선아리랑 멜로디의 전화벨소리.
쏟아지는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 조폭(조직폭력배).
"아~여보쇼"
"어디 계십니까, 형님"
"지금 여기가...세종회관이여"
"섭섭합니다, 형님. 저도 갈비 잘 먹습니다. 형님"
플래시 애니메이션 "형님"의 한 장면이다.
최근 "형님"처럼 재치있는 발상으로 네티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모르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친구들에게 보내거나 게시판에 올리는 네티즌도 크게 늘었다.
플래시 애니매이션은 연령을 뛰어넘어 네티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미국 매크로미디어사가 개발한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플래시"로 만든 동영상.
생동감 넘치는 동영상을 작은 크기의 파일에 담을 수 있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인기 비결 =제작방법이 간단해 아마추어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짧은 시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낸다.
어항속 금붕어가 먹이를 줄듯말듯 장난치는 주인의 팔을 물어 뜯어버린다거나, 비명을 지르는 여자를 돕기 위해 총알같이 날아가던 슈퍼맨이 너무 빠른 속도 때문에 옷은 물론 살갗까지 벗겨져 버리는 황당한 설정이 네티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비결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엽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괴이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엽기는 이미 "사회통념을 깨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란 뜻으로 변했다.
"엽기"와 "발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결합한 "엽기발랄"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엽기시대"에 엽기를 주요 소재로 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인기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대표적 작품 =우선 들수 있는 것은 "엽기토끼"로 잘 알려진 "마시마로"다.
마시마로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새 장르를 세상에 소개한 주인공이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의 귀여운 토끼가 벌이는 상상을 초월한 엽기적인 행동은 단번에 네티즌들을 열광시켰다.
마시마로의 뒤를 이은 히트작은 "졸라맨"이다.
벽에 그려진 낙서처럼 선으로 된 팔다리를 가진 졸라맨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지만 정작 악당과 마주치면 한없이 소심하고 비굴해지기까지 하는 캐릭터.
졸라맨의 어설픈 행동이 오히려 네티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술취한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벌이는 엽기행각을 담은 "지하철도999"도 인기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안까지 올라온 토한 음식찌꺼기를 다시 씹어 먹고, 남은 액체(?)까지 삼키는 역겨운 행동으로 다른 승객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지하철도 999의 주인공은 엽기시대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이밖에 대변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으려는 악동과 산타클로스의 심정을 랩으로 표현한 "클릭클릭랩" 중국집딸 푸카와 남자주인공 가루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푸카푸카" 노란 비옷에 노란 장화를 신고 다니는 사고뭉치 소년의 코믹스토리 "우비소년" 어설픈 조폭들의 일상생활을 그린 "형님" 게으른 고양이 스노우캣의 하루를 그린 "스노우캣" 등이 있다.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가상세계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현실세계의 캐릭터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본 딴 인형은 출시한지 2개월만에 20여만개가 팔렸다.
중국산 가짜 마시마로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졸라맨도 완구업체 진아월드와 계약을 맺고 캐릭터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플래시 애니메이션들도 캐릭터업체 손을 거쳐 상품화가 추진되고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