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해 세금을 내고 나면 이자가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실세금리 하락으로 계속 몰려드는 자금의 마땅한 운용처를 찾기 힘들자 은행권이 수신금리 인하에 나선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초저금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금리의 하향안정화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겠으나 작금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설비투자는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히려 초저금리에 따른 이자소득 감소가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가 가격변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데는 팽배하고 있는 불안심리가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불투명한 경제전망 탓에 기업들이 신규투자에 나서기는커녕 현금확보에 열중하고 있고,가계도 취업난에다 감원 등에 따른 불안심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금리하향 안정화가 투자·소비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은행의 채권매입 확대→실세금리 하락→여수신 금리인하라는 금융권내에서의 악순환만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를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해소가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적인 불황 탓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 금융정책을 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 지연을 우려해 경기부양책에 반대하고 있으나 구조조정과 경기조절은 병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이미 노출돼 있는 한계기업의 퇴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언론사 세무조사로 촉발된 정국불안을 해소하고 민생문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 경제불안의 근저에는 항상 정치불안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의 투자촉진을 위한 규제완화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30대 기업집단제도나 출자총액 제한제도 같은 낡은 규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극심한 투자부진에 시달리면서도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계속하는 아이러니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