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개막된 제노바 두칼레궁 주변은 자욱한 최루탄 연기속에 수만명의 반(反)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시위대 1명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지고 부상자가 200명에 육박하는등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특히 지난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회담때 반세계화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회담에 참석한 G8 정상들의 충격은 더했다.


회담주최국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경찰수뇌부와 긴급 회의를 갖고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도 즉각 이번 사태를 '비극'이라고 논평하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사망자는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숨졌으나 사망자의 신원과 자세한 사망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목격자들은 정상회담 개최장소에서 약 2㎞ 떨어진 광장에서 약 30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상황에서 스무살 전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소화기를 경찰차량에 던진후 경찰차량에서 발사된 2발의 총탄 가운데 한 발을 머리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며 뒤이어 경찰 차량이 이 남자를 치고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경찰의 구타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목격자는 눈 주변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말하는 등, 엇갈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세페 페리쿠 제노바 시장은 사망자의 몸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탈리아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영TV는 사망자가 스페인 국적이라고 보도하고 특히 독일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시위대 1명이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남자가 피를 흥건히 흘리면서 도로에 쓰러진 후 의료진이 심장소생술을 시도하는 광경이 목격됐으며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 희생자를 태우고 떠나는 동안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이 잠시 주춤했으나 곧 바로 다시 격렬한 충돌이 재개됐다.


시위대는 곧 '경찰은 암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으며 일부는 경찰이 설치한 철재 바리케이드 돌파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을 쏘며 곤봉으로 시위대를 저지했으며 시위대가 모이는 곳곳마다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 때문에 제노바 전역은 불타는 차량에서 나온 검은 연기와 최루가스로 뒤덮였으며 시내 곳곳에는 유혈충돌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선명한 핏자욱이 목격됐다.


일부 과격시위대는 은행에 침입, 집기를 부수고 도로주변 사무실의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의 지도부는 경찰을 `살인자 집단'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반세계화운동에 흠집을 내기 위해 경찰이 도발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후 일부 시위대는 공원에서 붉은 색의 꽃을 꺾어와 사망자가 쓰러져 핏자욱이 남아있는 지점에 꽃을 놓고 애도를 표했으며 일부는 '메이드 인 G8(Made in G8)'이라고 쓴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측은 이번 충돌로 시위대 114명과 경찰 60명, 취재기자 10명 등 184명이 부상했으며 시위대 56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으나 앞으로 유혈폭력사태로 인한 부상자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세계화 단체 가운데 하나인 제노바사회포럼이 현지시각으로 21일 오후 2시에 대규모 평화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했으나 경찰과의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날지는 미지수다.


(제노바 AFP.AP.dpa=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