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반등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540대에서 정체, 바닥형성작업이 순탄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소에서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고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의 적자반전에 대한 우려감도 떨쳐지지 않아 의구심도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기업설명회(IR)에서 공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만약 적자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종합지수는 추가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경기회복이 기대하는 마당에 국내 수출은 이달 들어 15일까지 수출감소율이 전년동기비 26%를 넘고 무역적자도 12.7억달러로 확대, 미국이 회복되더라도 국내 경기 회복은 더욱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증폭하면서 반등논리가 무색지고 있다. 해외 악재로 붉어진 아르헨티나 문제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신흥시장에 대한 신뢰감은 취약해져, 안전자산 선호에 떠밀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달러/엔과 고리가 끊기며 외국인직접투자(FDI) 공급에 따라 강세가 진행되던 달러/원 환율이 다시 1,310원대로 상승길을 타는 등 외환시장도 일렁거리며 외국인 주식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은 지난주 300개 기업의 실적보고서가 발표된 뒤 이번주 1,500개기업이 6월말까지 2/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실적보고 태풍권에 들어섰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나 대만의 가권지수, 홍콩의 항셍지수 등 아시아주식도 미국 나스닥지수의 사흘째 반등과 2,000선 복원에 기대며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인텔 등 주요 기업실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약보합세를 보였다. 퍼스트콜/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S&P 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은 약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3/4분기 바닥을 다진 뒤 4/4분기에는 3.7% 가량 이익이 신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론 투자자들은 미국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사전예고, 워닝(Warning)시즌 동안 예상치들이 워낙 낮아졌고 주가하락에 시달린 상황에서 이제 경제지표 개선과 올해 말 실적 개선 전망에서 호재를 찾으려는 데 마음이 쏠려있다. 지난주 야후!의 '주당 1센트 개선'에 환호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망호조에 기대며 나스닥지수가 5% 이상 급등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규모의 실적발표를 앞둔 불안감에도 거래량은 줄면서 지수는 상승한 것도 그런 데서 비롯됐다. 경제지표만 하더라도 금요일 발표된 생산자물가는 떨어져 물가안정은 유지된 가운데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소매판매가 두달째 늘고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 추격매도를 억제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국내시각에서 보면 미국에서 아직 모멘텀이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뭔가 개선될 것이라는, 최악의 국면은 통과됐거나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있으나 이를 확인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미국의 실물경제와 미국기업의 실적 발표에 연동되는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기업들의 워닝시즌을 지나 실적시즌에 돌입하면서 낮춰진 실적수준을 맞출 것으로 예상돼 모멘텀이 생길지 주목된다"며 "그러나 아직 확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남기고 있어 하락리스크를 안은 채 바닥이 형성되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모멘텀 부재 속에서 아르헨티나 디폴트 위기와 동남아 통화불안 등 신흥시장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매도강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순매수 전환하지 못하고 있어 부담스럽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수요일 아침에 나올 인텔의 실적 등 모메텀 형성 여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면서도 "실적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전까지 좀더 확인하면서 바닥다지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전진오 수석연구원은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판단돼 지수 540선을 지지선으로 삼아도 될 것"이라며 "미국의 내구재나 NAPM지수가 나아질 조짐을 보인 터여서 이번주 미국의 재고나 산업생산, 선행지수 등 실물지표가 뒷받침될 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흥시장의 동향과 함께 국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등 반도체 관련주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 등이 추가 자금을 투입할 경우도 상승보다는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급락세가 대략 일단락되면서 지수 540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기업의 실적이 불확실하고 상승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신흥시장 불안도 이어져 반등하더라도 반등폭도 적고 반등에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금확보 시기를 놓친 상태여서 매도시점도 매수시점도 못돼 외국인 선물매수도 기존포지션【?이익실현에 중점을 뒀다"며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는 20일까지는 하락 이후 옆걸음 패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의 전진오 수석연구원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국제자본이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지수관련 대형주와 연관된 기술주의 회복도는 다소 지연되고 있어 당분간 실적호전주 등 가치주를 중심으로 단기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