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름방학 시작하는 날 비와요?" "글쎄" "에이, 아빠는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그것도 몰라?" 기상청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애교섞인 불평을 듣지 않았을까. 기상청 수치예보과의 이우진(42) 과장. 그 역시 지난 83년 기상청에 몸 담은 이후 지금까지 이같은 불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기상박사가 그것도 몰라"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었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날씨는 가장 예측하기 힘든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기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은게 사실입니다. 일반인과 기상전문가간의 이같은 괴리가 가끔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그는 기상관련 여러 전공 가운데 "수치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기상청 입사이후 쭉 이 분야에서 근무했고 박사학위 논문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 수치예보는 기상예보의 근거가 되는 갖가지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것이 주된 역할. 요즘 들어 기상학에서 각광을 받는 분야다. 지난 99년 기상청에 도입된 슈퍼컴퓨터도 수치 예보자료를 작성하고 관리하는데 주로 이용된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기상분야의 정보화에 관심이 많다. 그가 최근 "정보화사회의 기상서비스"라는 책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상학이 갖는 실용적인 매력에 끌려 연세대학교 천문대기과학과에 입학하게 됐다"는 이 과장은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83년 기상청에 입사했다. 90년에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에 4년간 휴직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대학기간을 포함해 20년이상을 "날씨" 하나에 매달렸지만 일기도를 볼 때마다 늘 새롭다는 이 과장. 그는 기상전문가가 갖춰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 "도전의식"을 꼽았다. "기상예보는 매일매일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자연현상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흥미를 느껴야 기상관련 업무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학계가 아닌 민간 예보업체나 기상청에서 근무하길 원한다면 여기에 "서비스 정신"이라는 항목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인들이 주말이나 휴가철 날씨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남들 놀 때 일한다는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상전문가는 자연 앞에 늘 순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한계를 항상 인식하는 것. 이것이 그가 자연의 진실에 접근하는 키워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