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불어온 실적 악화 경고 바람이 미국을 거쳐 한국 증시를 강타냈다. 강타의 주체는 외국인. 외국인은 선물 매도를 주도했고 거래소에서 반도체, 통신 등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1,000억원 이상 매도우위를 보이며 종합지수 580선 붕괴를 실현시켰다. 삼성전자를 5% 가까이 급락케했고 덩달아 하이닉스는 6% 이상 빠졌다. SK텔레콤이 20만원이 다시 깨졌고, 한국통신도 2% 이상 떨어졌다. 외국인은 옵션시장에서는 콜매도에 주력한 가운데 풋매수도 늘려 상승가능성보다는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하며 저가매수로 맞섰고 그나마 프로그램 매매가 매수-매도간 대체로 균형을 이뤄 종합지수 120일선인 577선 위에서 낙폭을 막았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가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에 집중됐고 지수 580이 붕괴됐기 때문에 분위기는 꺾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장에 덜 참여, 거래량이 크지 않았고 실적 예고가 거의 마무리되는 국면에 있어 이번 급락이 지속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6일 코스피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1.95포인트, 2.66% 떨어진 71.25로 마감, 지난 6월 28일 이래 6일만에 71대로 회귀했다. 외국인이 2,400계약의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하락을 주도했으나 개인의 매수세가 버티면서 71선이 방어됐다. 개장초와 장후반에 다소 일렁였고 장중은 비교적 하락을 인정하며 조용했다. 장중 저점은 71.20이었고 고점은 개장초 기록한 72.05였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0.1대의 콘탱고를 유지하다 종가기준으로 0.07을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수와 매도는 비슷했다. 매수가 차익 167억원에 비차익 483억원을 합해 650억원이었고 매도는 차익, 비차익 모두 304억원을 608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폭풍을 몰고왔던 유럽 증시는 6일 현재 실적악화 예고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며 마르코니, 인피니온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개장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 선물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동결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6월 실업률이 3년중 가장 높은 4.6%로 관측되고 있다. 고용지표 악화에 따라 그동안 경제지표 개선으로 살아나던 투자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후행적인 데다가 악화 전망이 나와 다소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여름 시즌에 들어가면서 거래량도 줄고 있어 급등락보다는 혼조양상이 좀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첨단기술주 실적악화가 중심테마기 때문에 다우 10,000선보다는 나스닥지수이 2,000∼2,050선이 지지되는지가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빛증권 관계자는 "580이 꺾이면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어서 하락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나스닥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 국민연금 투입과 콜금리 인하에 해외 상승을 기다렸으나 결국 해외 기대감이 소멸되고 외국인 매도라는 수급악화 요인이 더해지고 있어 향후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은 국민연금 자금집행으로 한번 당하긴 했으나 이틀간 선물순매도를 했고 종합지수도 580 밑으로 떨어져 거래를 잘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은 여전히 지수관련 대형주에 대한 보유비중이 높다. 매도를 2,000억원 이상해 1,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매수도 1,000억원 이상 했다. 아울러 하락 또는 조정을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옵션시장에서 풋옵션 순매수보다는 콜옵션 순매도가 더 많고 다음주 7월물 옵션 만기일을 앞둔 상황에서도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신영증권의 이원종 연구원은 "거래량도 많지 않았고 옵션 변동성도 크지 않다"며 "거의 다 온 것 같아 섣불리 추격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전략을 짜서 저점 매수시점을 탐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