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종진 동국제강 회장등을 태운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김해공항에서 대우 거제조선소로 가던 중 변을 당했다. 이날 부산 경남 일원에는 오전 11시께부터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사고 현장부근에는 5m 이상의 높은 파도와 돌풍이 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기장 강익수(49)씨는 "김해공항 이륙 당시에는 기상이 괜찮았지만 이륙 5분쯤 지난 뒤 강한 구름이 몰려왔다"며 "기상 악화로 헬기를 선회하려 했으나 갑자기 강한 구름이 헬기를 덮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목격한 제철진(52.효명건설 반장)씨는 "헬기가 공중에서 저공비행하며 빙빙 돌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악천후를 무릅쓴 희생정신으로 인해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나자 제철진씨와 인근 연도 주민 김강식(39) 최상곤(41)씨 등 3명은 어선 연진호를 타고 나가 생존자 4명을 구조하고 사망자 6명의 시체를 인양했다. 이들은 연도까지 어선을 몰고 돌아가 해경에 생존자와 시체를 인계했다. . 전문경영인으로 철강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김종진 회장 일행의 헬기사고 참사 소식이 전해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소화동 동국제강 본사는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동국제강은 무엇보다 국내외 철강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최고 사령탑을 잃게 돼 더욱 안타까워 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 생산업체인 동국제강으로서는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후판 수요가 늘기시작,기대를 걸고 있던 터였다. 대우조선에는 최근 월5천t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날 본사 별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동국제강 그룹의 오너인 장세주 사장 주재로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장례대책및 절차를 협의하는등 긴박하게 사후 대책을 협의했다. 동국제강은 희생당한 임직원들의 장례를 회사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한편 김회장과 김동현 전무, 정운락 과장의 시신은 이날 밤 서울 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우조선은 신영균 사장을 단장으로 한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고원인 파악과 장례절차 논의등 사고수습을 위해 임원 10여명을 김해공항 항공사업팀에 급파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들은 올들어 수주증가등 실적호전에 힘입어 8월께 워크아웃 졸업이 예상되는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잘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웬 날벼락이냐며 비통해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