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서양의 합리성은 인류의 보편적 규범으로 과학 및 기술 발전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인간 중심의 세계 관찰이었던 합리성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심지어 인류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인류는 사유의 전환을 요구받게 됐다. 박이문(朴異汶.71) 전 포항공대 교수는 근대문명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상적 대안으로 생태학적 세계관과 미학적 이성을 제시한다. 최근 발간된 그의 저서 「이성의 시련」(문학과지성사)은 탈근대주의에 의해 해체된 근대와 함께 매장의 위기에 처한 이성을 재해석함으로써 현시대의 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책은 박 교수가 지난 97년부터 국내외 학술지와 학회에서 발표했던 논문들을 묶은 것으로 그는 인간복제 기술과 환경, 종교, 근대 문명사 등 다양한 영역을 비평적으로 검토한다. 그는 현대문명의 역사적 위기는 현대인의 문화적 전환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사회의 문화는 결국 구성원 개개인의 주관적 기호와 취향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꼭 희망해야 할 21세기 문화는 인간중심적 첨단과학 문화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 생태학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니체, 푸코, 데리다를 거치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흔들리고 하나의 허구로서 부정되는 이성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해 옹호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도"라고 이 책을 설명한다. 344쪽. 9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