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심장부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국내외 증시가 힘을 잃고 있다. 서울증시는 올들어 상승세를 지속, 지난 5월29일엔 630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후 미국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600선 밑으로 밀려났다. 하반기 증시의 화두는 미국경제와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를 포함한 IT산업이 회복기미를 보인다면 경기침체가 마무리되고증시는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외 증시의 약세는 장기화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말이내 내년초 IT산업과 미국경제에 회복신호가 나타날 것이며 증시는 이를 선반영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되는 3.4분기는 거래소의 경우 550∼630 사이, 코스닥은 65∼85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다 10월이후 추세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거품빠진 기대감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4분기, 늦어도 4.4분기초반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이에 따라 증시도 이르면 2분기 후반, 늦어도 3분기엔 상승랠리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비록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산업의 재고조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미국경제가 연초부터 계속된 금리인하 효과로 바닥을 찍으면서 증시가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근거에서였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올들어 6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어디에서도 확실하지 않다. 기업실적악화에 따른 불안감 증폭으로 올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미국증시는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다우 10,500선, 나스닥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내증시도 지난달 5월29일 찍은 632.05를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달 종가를 595.13으로 마감했다. 이 때문에 요즘 증시전문가들은 시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증권사마다 올 해 지수전망치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악화된 증시 주변 여건 올들어 우리 증시의 버팀목은 외국인이었다. 작년말 50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630대까지 상승한 것은 오로지 외국인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외국인이 이달들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까지 순매수로 일관하다 6월부터 대량 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핵심 블루칩을 대량매도,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은 6월 한달간 무려 5천989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지난 99년 10월이후 외국인이 월별 순매도를 보였던 때는 증시가 극도로 위축됐던 작년 9월과 10월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면 시장분위기가 바로 위축된다. 개인과 기관이 발을 빼기 때문이다. 미국증시가 안정을 되찾지 않는 한 외국인의 추가적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개인의 직접 투자 잣대인 고객예탁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7조9천978억원이다. 지난 4월17일 7조8천억원대에서 바닥을 찍고 급증, 지난달 25일에는 9조5천억원대까지 늘었으나 지수 하락과 함께 한달여만에 다시 7조원대로 주저앉았다. 투신의 주식형 상품에도 생각처럼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올들어 금리는 사상최고치로 떨어졌으나 부동자금은 은행권의 단기상품이나 투신 머니마켓펀드(MMF)주변만 맴돌 뿐이다. 증시의 모멘텀인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희석됐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대우차 매각협상이 지연되고 있고 현대투신 매각 역시 현대증권 지분가격에 대한 AIG와 현대의 시각차가 커 조기타결전망이 어두운 실정이다. ◆찬바람 불 때까지 장기횡보 국면 이제 '여름랠리'를 얘기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찬바람(10월이후)이 불기 전까지는 증시에서 기대할 게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업실적 악화가 당분간 계속되고 경제지표도 방향성을 잡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3∼4개월간은 시장을 움직일만한 모멘텀도 없으나 이미 악재가 모두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빠질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3분기엔 거래소의 경우 하단부 550선과 전고점대인 630선 사이, 코스닥은 65에서 85 사이에서 부침하는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3분기중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확인돼야 시장은 상승세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4분기나 내년초 경기가 회복된다는 가정이 확실할 경우 연말 거래소지수는 750선 안팎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 본부장은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4분기부터 미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연내 750선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리서치센터 이사는 9월께부터 반도체경기가 살아나는 등 IT산업이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미국경제도 3분기말이나 4분기초 회복국면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래소는 720선, 코스닥은 95선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이우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