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4일 실시된 도쿄도 의회 선거를 통해 85%를 넘나드는 자신의 인기가 거품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총재를 겸하고 있는 집권 자민당은 이날 선거에서 당초 목표인50석을 초과한 53석을 획득, 도의회 제1당을 수성(守城)하는 동시에 의석을 48석에서 5석이나 늘렸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 26일 취임 2개월째를 먼저 자축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내달 취임 3개월에 즈음해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선전(善戰)'도 예약해 둔 셈이 됐다. 이번 도쿄도 의회선거에서 자민당은 47개 선거구에 55명의 후보자를 내 53명을 당선시킴으로써 거의 모든 지역을 석권했다. 이 결과는 야당을 무색케 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구호가 민심을 적절히 파고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대의원 혁명에 의해 자민당 총재와 총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연일 언론의 각광을 받음으로써 자민당의 선거운동을 돈들이지 않고 대신해 주었다. 이번에 자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입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거포스터에 고이즈미 총리와 악수를 하는 사진을 부각시켜 이른바 '고이즈미 효과'에 무임승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고이즈미 총리의 후광 덕에 입후보자 전원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공명당은 23명의 후보를 모두 당선시켜 종전 23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공명당측은 "고이즈미 효과가 플러스가 됐는 지는 모르겠으나, 마이너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자평,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를 인정했다. 이런 고이즈미 선풍에 고전을 면치 못한 쪽은 야당이다. 민주당이 종전 13석에서 22석으로 의석을 늘렸지만, 지난해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총리 시절 치러졌던 참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부상했던 기세는 한층 꺾였다. 민주당은 고이즈미총리에게 개혁의 화두를 모두 선점당함으로써 도쿄도 의회선거를 참의원 선거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공산당의 몰락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산당은 4년전 갓 창당한 민주당의 취약함과 무소속 성향의 표를 묶어 26석을 획득, 도의회 제2당으로 도약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민주당의 협공 속에 15석에 만족해야 했다. 사민당은 종전 1석도 지켜내지 못한 채 당선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자유당은 여전히 4년전과 마찬가지로 도의회 0석의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이 주도하는 '생활자 네트워크'는 입후보자 6명을 전원 당선시켜 종전 3석이던 의석을 배로 늘려 기염을 토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도쿄도 의회선거는 출범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고이즈미 총리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로써 당초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르고 '강판'될 것으로 보였던 고이즈미 총리는 참의원 선거만 잘 치러내면 장기 집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