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economist)나 기상학자(meteorologist)는 둘 다 힘든 직업이다.

경제나 날씨를 예측 발표하고 나면 얼마 후 빗나가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독설가중에는 오히려 이 두 가지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거의 언제나 틀린 얘기만 하면서도 밥을 먹고 살 수 있으니 그렇다는 논리다.

어쨌든 기상청이 이렇게 혹심한 봄가뭄을 예측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난 2월 하순에 발표된 ''계절예보''는 "올봄에는 대체로 건조한 가운데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겠지만, 5월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는 90년만에 처음 보는 큰 가뭄으로 판정이 났다.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에도 기상청은 대체로 포근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보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추위와 폭설에 시달린 석달간이었다.

서울지방의 경우 금년 1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4.2도로 지난 15년간을 통틀어 가장 추운 한달로 기록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많다.

오래전 일본에서는 기상대보다 개구리가 일기예보를 더 잘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해의 이상난동(異常暖冬)을 기상대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개구리의 동면모습을 보며 따뜻한 겨울을 점쳤다는 사람들이 나왔던 것이다.

개구리는 추운 겨울이 예상되면 평소보다 땅속 깊은 데서 겨울잠을 자지만 따뜻할 듯하면 지면 가까운 데서 겨울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기록 또한 별로 나을 게 없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98년의 성장률을 3%내외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6.7%로 나타났다.

그 다음해는 조심성 있게 2%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지만 우리경제는 10.7%나 성장했었다.

금년 들어서도 정부를 비롯한 경제연구기관들은 경쟁적으로 성장률 전망을 하향수정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날씨와 경제의 예측이 잘 맞지 않는 것은 그것을 결정하는 변수들과 그들의 움직이는 경로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배우고 되새겨야 할 첫째 교훈은 예측을 하거나 그에 근거한 대응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지식의 한계를 깨닫고 좀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가뭄은 천재(天災)이기는 하지만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예방이나 피해의 축소가 가능한 재해이다.

그런 점에서 그간의 물관리정책을 되짚어 보고 그것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검토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 생각된다.

가뭄대책으로는 댐건설이 첫째 가는 방안인데도 정부가 환경론자들의 압력에 밀려 최근 수년간 댐건설을 포기한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만성적인 물 부족국이라는 우리의 사정은 접어두고 부작용만을 강조한 이상론 때문에 물관리에 큰 차질을 불러오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부의 기업정책을 연상케 한다.

대기업의 문제점만을 강조하면서 이상론에 바탕을 둔 각종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그렇다.

기술개발투자와 경쟁력제고를 선도해야 할 기업들이 위축되고 만다면 경제에도 얼마 안있어 한발이 오게 될 것이다.

정부가 가뭄대책으로 뒤늦게나마 중소형 댐 10개를 건설하겠다고 했으니 기업정책에서도 이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농업용수 공업용수 다목적댐 수질관리 지방상수도 등을 관리하는 주체가 각각 달라 정부기관들끼리 협조가 안되고 있는 것도 고쳐나가야 할 점이다.

비슷한 사례로 국가발전에 중추가 되는 과학 기술부문에서 정부 부처간에 영역다툼이 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 또한 시정되어야 한다.

가뭄때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때가 오히려 준설공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서 쌓인 퇴적물을 준설하게 되면 비용이 적게 들고 용수능력도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불경기나 위기때가 오히려 구조조정과 기업재생의 적기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 본사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