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두 개나 있어요" "입만 달고 오세요" "독창 중창 떼창 다 괜찮아요" MBC의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도중 진행자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온 말들이다. 청취자들이 참여하는 생방송을 듣다 보면 이 정도는 약과다. 청취자 쪽에서 듣기 민망한 비속어가 쏟아지는 건 물론 진행자까지 상스런 말로 맞장구를 치는 수가 허다하다. '소주'를 '쏘주','겁이 나'를 '겁시나','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하는 등 발음과 어법이 엉망인 수도 잦다. 방송위원회가 KBS MBC SBS의 청소년 대상 FM 음악프로그램 진행자(MC)들의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했더니 발음과 문법이 정확하지 않은데다 비표준어도 상당하다는 발표다. '조금'을 '쪼금'으로 말하는 등 경음을 자주 쓰는가 하면 '어떻게'는 '어트케','해볼까ㆍ드릴까'는 '해보까ㆍ드리까'처럼 자·모음을 잘못 발음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짱, 말빨등 비표준어나 비속어도 많고,틀리다와 다르다,맞추다와 맞히다등 의미나 용법이 다른 어휘를 구분 못하는 일도 수두룩하다는 보고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라캉(1901∼81)은 '인간의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되고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자 하나의 메시지'라고 말했거니와 방송진행자의 발음이나 언어 습관은 듣는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예인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의 경우엔 특히 더하다. 사회 전반에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말이나 신조어가 너무 많고 따라서 '튀지' 않으면 청취자의 반응을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사실적'이라는 미명 아래 어법에 맞지 않거나 험한 말을 거르지 않은채 마구 내보내는 것은 곤란하다. 방송사의 경우 청취율을 감안, 청소년의 생각이나 감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연예인 MC를 선정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말버릇이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처음부터 바른 말 사용자를 고르는 건 물론 자체심의및 교육장치를 통해 연예인 MC에 대한 기본 언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언어는 사고(思考)의 결과라고 하지만 거꾸로 사고를 결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