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문이 열리려나' 12일 오후부터 13일 오후까지 중부지역에 모처럼 국지성 단비가 내려 타들어가던 농심을 적셔주었다. 그러나 이번 비는 포천.동두천 등 일부 경기 북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우량이 너무 적어 농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줬다. 가뭄피해가 심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단비를 맞는 농민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경기도 12일 오후부터 13일 낮 12시까지 지역별 강우량은 포천 39㎜, 동두천 36㎜, 양주 34㎜, 가평 29㎜ 등 북부지역의 경우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린 반면 남부지역은 평택 2㎜, 안성 1㎜, 수원 0.5㎜ 등 지역적으로 큰 편차를 보였다. 평균 39㎜의 비가 내린 포천지역도 화현면 65㎜, 내촌면 43㎜, 군내면 38㎜, 포천읍 35㎜, 이동면 13㎜, 관인면 12㎜, 가산면 6㎜ 등으로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이번 비로 화현면 등 일부지역 소규모 하천에는 하얗게 드러났던 강바닥에 작은 줄기나마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가뭄이 심해 대부분 지역에서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저수지나 하천 수량에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화현면 지역의 경우 64㎜의 비가 내려 논에 물이 가득 차고 가평군 상면도 60㎜의 비로 밭작물 해갈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같은 포천군의 화현면 인근 가산면은 5㎜, 가평군 가평읍 지역에는 11㎜의 적은 비가 내려 농경지의 지표면만을 적셨을 뿐 해갈에 크게 미흡했다. 특히 수원과 화성지역 등에는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렸으나 강우량 측정이 안될 정도에 그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농민들의 일손과 표정도 강우량의 지역편차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비가 그나마 제법 내린 지역 주민들은 12일 오후부터 논물을 가두고 그동안 말라죽은 밭작물을 재파종하는 등 바쁘게 일손을 움직였으며 일부 모내기가 이뤄지지 않은 논에서는 농민들이 오랜만에 환한 얼굴로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가 적게 내리거나 아예 내리지 않은 지역 주민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한방울의 물이라도 헛되게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포천군 일동면 사직4리 이장 양승종(45)씨는 "3개월만에 비가 내려 동네 80가구 주민들이 어제 저녁밥도 굶으며 논물가두기와 말라죽은 콩.깨 등 밭작물 다시심기에 구슬땀을 흘렸다"며 "비가 올 때는 동네가 축제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농산유통과 최형근(崔衡根)과장은 "많이 내린 지역의 경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도내 전역으로 보았을 때 이번 비는 해갈에 크게 부족한 양"이라며 "밭작물 파종이 가능하고 실금이 간 논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이상의 비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전국에서 가장 가뭄이 극심한 강원지역의 경우 화천 45.5㎜, 영월 25.3㎜, 춘천24.9㎜, 강릉 16.9㎜, 홍천 16.5㎜, 동해 15㎜, 철원 10.3㎜, 태백 8.5㎜ 등의 강우량을 기록했으나 해갈과 저수지의 저수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기상대는 이달말까지 국지성 소나기가 한두차례 더 있을 뿐 큰비는 없을 것으로 예보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번 비에도 불구하고 도내 339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평년의 70%에 비해 크게 떨어진 33%로 이달들어 하루평균 1%씩 줄고 있다. 이날 현재 저수지 바닥이 완전히 드러난 곳만 84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10%미만으로 떨어져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저수지도 34개소이고 11-30%로 한계에 달한 곳도 134개소에 이르고 있다. 지난 5일 저수율 10%미만 저수지가 홍천군의 월천1리 저수지를 비롯, 4개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13일 현재 모내기 대상 면적 4만6천900㏊중 홍천.철원 지역 142㏊에서 아직 모를 이앙치 못하는 등 이번 비가 별도움이 되지 못해 여전히 군(軍) 등의 용수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밭작물은 파종 계획면적 3만1천566㏊중 고랭지 채소 117㏊ 등 305㏊에서 파종이 지연되고 있고 시들거나 말라죽는 등 가뭄피해면적으로 집계된 856㏊가 이번 비로 위기는 다소 넘겼지만 40-50㎜의 비가 더 내려야 생육상태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생활용수 부족도 심각해 9개 시.군, 57개 마을 4천270가구 1만7천여명이 제한급수 및 운반급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취수원인 쌍천이 마른 속초시의 경우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날부터 격일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이번 비로 밭작물의 경우 다소 해갈이 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논농사엔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장마권에 들어서는 이달말 전에 50-100㎜의 비가 와야 완전 해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남.북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새벽부터 충청남.북도지역에도 약간의 비가 내렸다. 지역별 강우량은 충남 보은에 6.5㎜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 부여 5.5㎜, 금산4.5㎜, 추풍령 4.0㎜, 대전 1.5㎜, 보령과 제천 1.0㎜, 충주 0.5㎜를 각각 기록했다. 충북은 영동 4.1㎜, 단양 4㎜, 보은 2.7㎜, 옥천 2㎜, 제천 1.5㎜의 극히 적은 량의 비가 내렸으며 14일 오전까지 도내 평균 5-10㎜의 비가 예상되고 있다. 이날 비는 논과 밭 작물의 가뭄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 필요한 강우량 20-50㎜에 크게 부족한 데다 청주.청원 등 충북 중부지역과 충남 서북부지역은 약간의 비만 뿌려 농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단비로 금산, 부여, 공주 등 충청 남부지역에서는 고추, 참깨, 콩 등 일부 밭작물의 봄가뭄 완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옥천군 옥천읍과 영동군 양산면, 보은군 수한면 등 충북 남부의 일부 지역은 10㎜가 넘는 비가 내려 타들어가던 밭작물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비가 내리자 농민들은 아침도 거른 채 물꼬를 살피며 논에 물을 가두느라 여념이 없었고 물기를 머금은 밭에서는 콩과 고구마 파종 등을 하면서 구슬 땀을 흘렸다. 농민 김 모(55.옥천군 옥천읍)씨는 "오늘 비는 바짝 마른 논.밭을 적시는 단비였지만 가뭄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비가 3-4일만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15개 시.군 가운데 8곳에서 평균 2㎜ 안팎의 비가 온 것으로 집계됐다"며 "일부 밭작물 해갈에는 도움을 줬지만 도내 저수지 저수율 상승 등 가뭄 극복에는 매우 미흡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골이 충청 서남부지역을 통과하며 이 지역에 약한 비가 내렸다"며 "내일까지 5∼10㎜가량의 비가 한 두차례 더 온 뒤 갤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두호.김광호.임보연.윤석이.변우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