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유엔이 자국에 적용하는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의 조건을 까다롭게 바꾼데 대한 반발로 앞서 위협한대로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이라크 각료는 인접국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석유수출 중단이 "한달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일 빈에서 정례 각료회담을 갖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시장공급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즉각 증산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으며 국제 유가도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까다로워진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조건의 골격은 유지하겠으나 이라크와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파장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조짐이다. 이라크는 안보리가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적용 기간을 그간의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 것 등에 대한 반발로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고 4일발표했다. 그러나 터키와 요르단 등 인접국에 대한 선적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석유부 소식통은 익명을 조건으로 4일 오전 8시부터 수출 중단이 발효됐다면서 남부 알-바크르 석유 단지의 선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터키의 지중해 연안항구인 케이한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한 수출도 중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터키와 요르단에 대한 육상 수송은 영향받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이라크 석유부 고위 관리인 타하 무사는 OPEC 석유장관 회담 배석을 위해 4일 빈에 도착해 "이번 수출 중단이 한달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발효 기간을 전처럼 6개월로 환원시킬 경우에만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 관계자는 안보리가 새로 마련한 프로그램의 골격은 "유지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달안에 이라크측과 타협점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안보리와 이라크는 안보리가 새로 발효시킨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시한인 내달 3일까지 협상을 지속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석유장관은 4일 빈에 도착해 "OPEC가 이라크의 잠정적인 수출 중단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이번 OPEC 각료회담에서 증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 의장인 차킵 켈릴 알제리 석유장관도 이날 "이번 각료회담에서 증산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OPEC 관계자도 "각료회담이 이라크의 인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OPEC 일각에서는 하루 3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이중 220만배럴을 수출해온 이라크의 선적 중단으로 시장에 타격이 올 경우 유가 안정을 위한 증산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이 경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현실적으로 유일하게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의 알리누아이미 석유장관은 앞서 "필요할 경우 사우디가 증산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있다. 국제 유가는 4일 이라크의 수출 중단이 발표된 후 한때 상승했으나 곧 강세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7월 인도분이 배럴당 29.17달러에 거래돼 지난 1일보다 10센트 상승했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도 28.18달러에 거래돼 상승분이 25센트에 그쳤다.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연구센터의 레오 드롤러스 수석연구원은 "OPEC가 이라크사태와 관련해 두고 보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이라크가 지난해말 안보리와 마찰하면서 석유 대금에 할증료를 부과한 후 거래가 상당히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가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OPEC가 지난 1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하루 250만배럴을 감산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상태로 가면 연말에 난방유 파동이 초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수출 중단과 관련해 OPEC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이 두 가지라면서 유가가 급등할 경우 OPEC가 9월로 예정된 차기 각료회담 이전에 임시 회동을 갖고 증산을 논의하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켈릴 의장은 9월 이전에 OPEC 석유장관들이 회동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둘째 방안은 OPEC가 지난해 채택한 유가 연동제를 발동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OPEC는 자기네 바스켓유 기준으로 20일 이상 배럴당 28달러를 넘을 경우 하루 50만배럴을 자동적으로 증산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장 개장일 기준으로 10일 이상 배럴당 22달러를 밑돌 경우 50만배럴을 자동적으로 감산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바그다드.빈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