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직하로 떨어지던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3월(-1.8%) 시작된 마이너스 신장률이 4월(-9.9%)로 두자릿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갔으나 5월(-6.9%)들어 감소세가 둔화된 양상이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라는기록적인 부진을 겪고는 있지만 급속한 하강국면은 벗어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쪼그라들던 수출규모가 조심스레 '정상'을 되찾아가는 점도 수출회복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출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단계에 본격 접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대내외 수출여건과 수출입구조에 뚜렷한 개선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최근들어 잠재적 불안요인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 수출 감소세 둔화양상 = 5월 들어 수출감소세가 한풀 꺾인 것은 주력 IT(정보기술)업종인 반도체.컴퓨터산업의 회복이 아닌, 선박.플랜트 등 전통업종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덕이다. 다만 IT업종의 내리막 경사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는 점은 반도체 경기저점 논란과 맞물려 다소 희망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횡보'를거듭하다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란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섬유류 등 대표적 부진품목의 수출도 4월보다 소폭 증가, 바닥을 탈출하는 양상이라는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수출규모가 조심스럽게 되살아나고 있는 점을 수출경기의 조심스런 회복징후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121억8천만 달러)의 경우 전통적 '비수기'인 1월(126억5천만 달러)보다도 수출규모가 축소되는 '기현상'을 보였지만 5월 들어수출규모가 136억원으로 회복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출단가가 최저행진을 기록하는 와중에 수출금액이 늘어난 것은 수출물량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조심스런 회복기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하반기 수출 회복될까 = 이에 따라 수출감소세가 당분간 '조정'을 거치면서 하반기 들어 미국 경기와 IT부문 수요가 되살아난다면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98-99년 인터넷 붐을 타고 급속히 팽창했던 컴퓨터 시장이 4.4분기 '수요교체기'를 맞으면서 회복될 전망인데다 반도체.LCD.브라운관 수출도 동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점경쟁이 치열한 디지털TV와 PDP 해외시장도 점차 규모를 넓히고 있어 하반기 수출증대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앞으로 2-3개월간 마이너스가 계속되겠지만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회복돼 4-5%의 증가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여전히 불안한 수출여건 = 그러나 수출의 향배를 결정짓는 세계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출증가율과 동행성을 띠는 세계 교역신장률(WTO 발표)은 올해 12% 예상치를 7%로 햐항조정했다. 미국은 고용불안과 민간수요 둔화가 여전히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다 일본의 4월 수출이 15.5%급감하면서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올들어 꾸준히 호전기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주춤하고 있고 설비투자 감소세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물량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작년 5월(146억 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원자재와 자본재가 각각 8%, 23% 감소하고 있는 것도 아직 수출경기 회복을 단정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와 환율은 일단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안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유가는 이라크 수출중단 위협과 미국 휘발유 공급불안 우려로 배럴당 27달러선의 강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도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언제 깨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수출지원책 '효험' 발휘할까 = 산자부가 발표한 수출지원대책은 재계가 숙원사항으로 요구해온 수출관련 제도개선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수출업계의 의욕을 살려 침체의 늪에 빠진 수출전선의 분위기를 확실히 돌려놓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기업규제 완화방안으로 발표된 ▲해외 현지금융 완화 ▲수출환어음 매입확대▲종합상사 부채비율 완화외에도 통관, 수출보험, 전자무역부문의 제도가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이 금융창구나 관공서 등에서 실제로 중소수출기업에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에 벤처기업의 수출지원대책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점에서 수출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