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온 뉴욕증시가 발치를 살피며 멈칫거리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하향수정되면서 다음 분기, 늦어도 연말에는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적잖이 타격 받았다.

지난 1/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당시 예상보다 좋게 추계되면서 지난달 18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올 들어 두 번째 기습 금리인하 이후 랠리를 한층 강화해왔다.

지난달 27일 경제성장률 추계치가 전망치 1.0%의 두 배인 2.0%로 발표되자 경기 반등도 머지 않았다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말 급전직하는 가파른 오르막의 전주곡으로 회고됐다.

들뜬 분위기는 지난 금요일 경제성장률 잠정치로 찬물을 뒤집어썼다. 소비지출증가율이 3.1%에서 2.8%로 하향수정됐고 수출은 2.2%보다 더 큰 폭인 2.7% 줄었다. 경기둔화의 진앙지인 정보기술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투자감소율은 2.1%에서 2.6%로 높아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4분기 1.0% 성장에 그친데 이어 지난 분기에도 1.3%에 머물렀다. 이번 분기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실업이다. 실업이 경기를 뒤따라오면서 증가, 소비지출을 줄여나갈 것이기 때문.

미국 경제가 실업률을 현 수준에서 묶어두려면 연간 3.5∼4.0%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두 분기 연속 1% 수준 성장에 그쳤고 세 번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연말 이후까지 실업 증가를 피할 수 없다. 지난 4월 실업률은 4.5%로 지난 98년 10월 이후 30개월중 최고를 기록했다.

◆ 그린스팬의 수사학 = 앨런 그린스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직접 움직이기 전에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흐려놓는다.

외부 강연과 관련, 그린스팬은 FRB에서 두 가지 규칙을 강조해왔다. 첫째, 아예 강연을 하지 말라. 둘째, 시장을 움직일 어떤 얘기도 하지 말라.

예고는 이전에 딱 한번 있었다. 지난 94년 2월 금리인상을 앞두고 1월 의회 경제위원회에 나가 "단기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경제가 취약하지 않다면 금리를 중립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

그가 다시 복선을 깔았다. 지난 24일 목요일 저녁, "경제성장률이 평균 수준을 밑도는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경제의 취약성이 지금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심화될 위험이 상존, 추가적인 정책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

왜 그랬을까. 지난 94년 초 예고는 클린턴 행정부 들어 첫 금리인하를 앞둔 애드벌룬이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대통령은 없다. 클린턴도 그랬다. 클린턴은 ''지금 금리를 올려두는 편이 기다리다 내년에 높이는 것보다 낫다, 왜냐하면 금리는 1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라는 논리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95년에 금리를 올리면 다음해인 96년 재선 레이스에서 불리해진다는 논리였다.

이번 입장표명은 경제성장률 하향수정을 앞둔 충격완화로 이해된다. 두 차례 기습을 포함, 다섯 번이나 금리를 내렸지만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지난 한달 동안 믿어온 것과 달리 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 몰아칠 심리적 소용돌이를 우려한 것.

◆ 뉴욕은 연휴에 들어가 = 지난 금요일 그린스팬 말대로 미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수준을 밑도는 수준으로 수정됐다.

또 4월 자동차, 냉장고 등 내구재 주문은 5% 줄었다. 특히 컴퓨터, 반도체 및 통신장비 주문은 8.8% 급감했다. 4월 신축 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9.5% 감소한데 이어 이날에는 기존 주택 매매도 4.2% 줄었다고 전해졌다.

다만 5월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치 92.5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92로 4월의 88.4보다는 높아졌다.

그러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떠난 증시는 약세를 소폭에서 막았다. 다우존스지수는 110포인트 남짓, 나스닥은 30포인트 떨어졌지만 각각 11,000선과 2,250선은 지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7.05포인트, 1.05% 내려 11,005.37을 가리켰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277.89로 15.28포인트, 1.18%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251.03으로 전날 마감가보다 30.99포인트, 1.36%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10억주가 채 안되는 주식이 손을 옮겨 연중최소 거래량을 기록했다. 나스닥시장 거래량은 올 들어 두 번째로 적었다. 거래량은 각각 9억7,000만주, 13억6,900만주였다.

◆ 해외요인 공백, 암중모색 = 뉴욕증시가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휴장, 국내 증시는 가장 중요한 해외 변수로부터 풀려난다. 물론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에 대한 판단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는 이번주 초 주로 내부 모멘텀을 바탕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의 AIG, 대우차의 GM,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의 실타래가 풀려갈 지 관심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 금요일 국내 증시를 살펴보면. 종합지수는 개인이 지수선물을 대거매수, 시장베이시스를 콘탱고로 유지하며 유도한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83포인트, 0.29% 오른 624.1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83.43으로 0.42포인트, 0.51% 상승했다.

프로그램 매수가 1,600억원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수관련 대형주는 혼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2% 가까이 빠졌다. 반도체가격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속락하고 있다. 전날 모건스탠리 딘워터 증권이 실적우려를 들어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SK텔레콤은 자사주를 매입한 장 초반 소폭 오른 뒤 하락반전했다. 최근 급등을 이끌었던 포항제철과 대표적 실적주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한국통신공사가 엿새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한국전력은 환율 안정과 산업은행 지급보증을 재료로 이틀째 강세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LG텔레콤, 국민카드, 기업은행 등은 오른 반면 한통프리텔, 하나로통신, 새롬기술 등은 내렸다.

업종별로는 최근 수직상승세였던 건설주가 차익매물에 밀려 엿새만에 하락했다. 증권주도 탄력이 떨어지면서 약세로 마감했다. 현대차, 기아차가 동반하락하면서 운수장비업종을 1.05% 끌어내렸고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종이목재, 섬유의복 업종의 낙폭이 컸다.

종금주가 채권위탁매매업 허가, 흡수합병 등을 재료로 7.47% 급등한 것을 비롯, 전기가스, 기계, 의약품, 음식료, 은행업종 지수는 비교적 큰 폭 올랐다.

◆ 외국인, 선회하나 = 외국인은 지난주 거래소에서 전기가스, 금융, 운수장비업종 등을 집중 매수하며 일곱 주째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화요일을 정점으로 매수강도가 한풀 꺾였다. 외국인은 금요일 여드레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서 748억원을 순매도했다. 목요일에는 771억원 순매도로 정규거래를 마쳤다가 시간외의 LG전자 거래를 통해 978억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앞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각각 1,807억원, 3,018억원, 64억원 순매수했다. 나스닥지수가 지난 22일까지 엿새 연속 오르는 등 뉴욕증시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인데다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날(MSCI) 지수 산정방식 변경, 무디스 방한, 구조조정 기대 등이 반영됐다.

지난주 외국인은 LG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하나은행, 현대차 등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며 5,120억원 순매수했다.

주간 종목별로는 LG전자가 1,945억원 순매수되며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시간외 거래에서 LG전자가 자사주 1,017만주 BOA에 1,738억원에 매도한데 따른 것이다. LG전자 외에 삼성전자 208억원, 삼성전기 162억원, 삼성SDI 108억원 등 전기전자업종에서 2,379억원 매수우위가 나타났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비중도 확대했다. 신용등급 상향와 금리인하 수혜 기대, 구조조정 가속화에 따른 부담 경감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SK텔레콤에 대한 매도공세는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지난주 925억원을 포함, 외국인은 이달 첫날 이후 17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며 SK텔레콤을 2,90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이밖에 한국전력 248억원, SK 185억원, 고려아연 92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