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과대학분야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학에 들렀다.

물리학과 사무실에 들어가려니 게시판에 붙어있는 ''장학금 신청 요강''이 눈에 띄었다.

''잉터얼(英特爾·인텔의 중국식 이름)장학금''이었다.

학과장은 "인텔이 칭화대학 학생들을 위해 내놓은 장학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칭화대학내 1백여개 장학금 중 60개 이상은 외국기업이 만든 것이란다.

이웃 베이징(北京)대학도 비슷했다.

약 4백만위안(1위안=약1백60원)의 장학금 중 외국기업자금이 3백만위안을 넘고 있다.

중국의 30대 명문대학에는 여지없이 외국인 장학금이 학생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

''외자 장학금''이 중국 대학을 파고든다는 얘기다.

외국기업이 중국 대학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고급 인재(人才)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 입사를 조건으로 우수 학생을 골라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입도선매식이다.

이는 중국 진출 선진기업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재 확보 전쟁''의 한 단면이다.

외국기업들이 중국에 세운 연구개발(R&D)센터 역시 인재전쟁의 현장이다.

''연구소''라는 울타리를 쳐놓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4천만달러를 들여 상하이(上海)에 중국내 두번째 연구소인 ''MS아시아기술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IBM과 루슨트는 지난해 푸둥과 선전에 각각 R&D센터를 새로 설립했다.

삼성 역시 지난해 베이징에 통신 및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발족, 모두 1백여명의 연구원들을 키우고 있다.

각 기업들은 인재전쟁에서 총알(돈)을 아끼지 않는다.

튀는 인재가 있으면 기를 쓰고 스카우트하려 든다.

애사심 관념이 약한 중국인들은 높은 임금을 보고 쉽게 직장을 옮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몸값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은 법 제도보다는 ''사람''에 의한 비즈니스 관행이 강하다.

비즈니스의 성패가 인재에 달려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게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재전쟁의 배경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전쟁을 먼 산 바라보듯 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