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와 독재정치를 병행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독재가 좋다는 말이 아니라,자유와 자율의 바탕 위에서 시장이 기능할 때만 경제가 번영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나온 표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자유가 지나쳐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약탈자본주의,마피아자본주의,카지노자본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자본주의의 실패가 잉태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의 자유가 방종,무질서와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시장의 규율을 확립하고 감시와 제재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마음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장을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시장경제 요체는 각자의 이기심과 탐욕이 시장기능을 통해 전체의 이익으로 승화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의 욕심이 시장활력의 원천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시장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정부란 본질적으로 지극히 반시장적인 존재며 가장 서투른 시장 참여자다.

정부는 독점적 공권력을 바탕으로 존립하기 때문에 경쟁의 경험이 없고 도산과 퇴출의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며 효율보다는 효과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유였든 정부가 시장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는 최단시일 내에 그 역할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과정에서 정부 자신이 실질적인 시장의 주도자가 되고 재벌을 대리인으로 하여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하는 한편,국내에서는 시장경제 구축의 실험주체가 되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지식문명시대로 전환하면서 기본전제가 바뀌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환경과 기존의 국가경영시스템 간의 정합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낡은 관료체제의 틀에 의존한 채 너무 오랫동안 광범하게,그리고 너무 깊이 시장에 개입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IMF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다수의 민간 경제주체들이 지식문명으로의 전환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개방된 복잡계사회에서 단순 반복 업무의 처리를 전제로 하여 탄생한 관료조직이 정책결정과 집행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정부는 편향된 인적자원의 풀과 관료집단의 역량만으로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문명사적인 변화를 감당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반시장적 정책의 예를 살펴보자.소유주 개인과 그 가족이 주대상인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대기업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변질시킨 독점규제정책 △부채비율 2백%,빅딜,출자총액제한과 같은 인위적이고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대기업 개혁정책 △반면 일부 부실화된 대기업을 끝없이 지원하는 정책 △대우그룹 실패의 부담을 전적으로 공적자금에 떠넘긴 정책 △국유화된 금융기관,공기업,부실기업의 CEO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정책 △엉거주춤하고 임기응변적인 노동정책 △하향평준화를 근간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 교육제도와 입찰제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

21세기 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부의 기업정책과 시장정책은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성취하기 위해 시장의 규율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하며 시장 참여자들을 정부가 원하는 모습으로 개조하려고 애써서는 안된다.

기업중심의 경제에서 시장이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을 갖춘 중앙은행제도,전문성과 도덕성이 확립된 금융감독기구,경쟁촉진에 전념하는 공정한 공정거래감시기구,신뢰성있고 독립성있는 외부감사시스템과 유연성있는 노동시장이라는 시장경제 인프라의 5대 축이 확립되어야 하며 경제에 대한 정치의 불간섭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iskim@a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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