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기업이 퇴조하고 벤처 역풍이 불고 있는 지금 새로운 디지털 경영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초일류기업의 디지털 비즈니스 디자인''(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외 지음,신동욱 옮김,세종서적,1만8천원)은 역설적으로 지금부터가 바로 기업 디지털화의 본격적 시작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디지털화가 활발히 진전된 것은 1995년 이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데 4∼5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진정한 디지털 비즈니스의 원년은 2000년께가 된다.

따라서 지금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비즈니스란 근사한 웹사이트를 구축하거나 e비즈니스를 전담할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전직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디지털 비즈니스란 ''기업 스스로가 전략적 차별화의 궁극적 목표인 유일성(uniqueness)을 추구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전략적 옵션들이 크게 전환된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즉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 디지털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이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핵심적인 것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기업이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기회를 선점하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여 보다 많은 대안들을 갖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은 이제까지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고객을 기업의 주요 목표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한다.

또한 고객에게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다.

즉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 구색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델 컴퓨터의 소비자 맞춤형 컴퓨터 제조는 이런 측면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디지털은 직원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직원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자질구레한 업무로부터 해방되어 보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과 인간관계 형성에 주력할 수 있다.

슈왑은 디지털기술을 채용한 결과 소비자를 감동시킬 금융서비스의 제공이라는 비전하에 전직원이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디지털은 고객 및 협력업체간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전에 없던 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를 만들어내며 소니 이데이 회장이 말한 수확폭발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기업들이 디지털의 경쟁 전략상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만 한다면 디지털화를 머뭇거릴 여유가 없음을 절감할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화의 가장 성공적인 4개 기업,델컴퓨터 시멕스 찰스슈왑 시스코시스템스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그뿐 아니라 전통적인 초강대기업 GE와 IBM의 변신부터 웹공간에서 출범한 AOL 야후 e베이 등 닷컴 기업에의 수익모델 창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하에서 디지털 비즈니스의 본질을 탐색한다.

마지막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아시아의 디지털 상황까지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화 전략의 상세한 수순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소개한 후 마지막에는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몇 개의 개념적 도구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고자 하는 경영자들과 전략 스태프들이 진지하게 읽어 볼만한 책이다.

김은환/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