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정장을 즐겨 입는 A씨는 드라이 크리닝을 자주한다.

A씨는 새로 이사간 동네에서 단골 세탁소를 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우후죽순 난립해 있는 여러 세탁소 중에서 A씨의 이름뿐 아니라 A씨가 언제 어떤 옷을 맡겼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곳은 C세탁소 뿐이기 때문이다.

C세탁소의 주인은 손님이 맡긴 세탁물을 정확하게 기억하여 약속한 시간에 건네 줄 뿐만 아니라 손님이 부탁하지 않은 작은 수선까지도 무료로 해준다.

C세탁소의 전략을 기업의 가치창출 과정으로 확대해 적용한다면 바로 CRM(고객관계관리)이라고 할 수 있다.

CRM이란 기술인프라, 시스템기능, 사업전략 등 고객관리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고객 중심으로 정리.통합해 고객활동(customer interaction)을 개선함으로써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 방식이다.

과거에 공급자로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고객에 이르던 가치사슬이 CRM에서는 고객을 출발점으로 하여 최종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이어진다.

만약 C세탁소의 주인이 무료로 수선해 주는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면 손님은 C세탁소 주인의 뛰어난 기억력을 높이 평가하는 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CRM은 단순히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자동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CRM은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서 보다 친밀하게 배려하여 주는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가능하다.

기업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사랑을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관계를 세우는 것이 CRM의 선행 과제다.

CRM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보다 확대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얻어낸 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CRM은 이 전략을 경영의 모든 분야로 확대하여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고자 하는 것이다.

CRM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고객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활용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처음 고객과 관계를 맺는 순간부터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 로열티를 높이며 우량고객을 만들기까지 기업은 모든 프로세스를 관리하여야 한다.

고객의 데이터 수집에서는 충분한 양의 예상 고객에 관한 데이터와 그들의 구매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CRM 관리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획득하고 고객 활동을 측정한 뒤 예측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고객의 필요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하고 고객의 기대수준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세분화하는 데는 고객을 분류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마이닝과 시장조사의 기법들을 함께 사용해 최대한의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 집약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는 고객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평가하고 영업 마케팅 서비스 등 운영 CRM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CRM 관리자는 데이터마이닝을 이용하여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을 자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데이터마이닝을 이용하여 구매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 것이다.

데이터마이닝을 행한 결과 얻어낸 예측치를 스코어(score)라고 부른다.

숫자로 표현한 스코어 값은 고객이 특정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뜻한다.

다음 단계는 찾아낸 결과에 근거하여 마케팅 캠페인을 수행하는 것이다.

데이터마이닝은 현재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의 욕구와 속성에 보다 근접한 캠페인을 계획하도록 도와준다.

만약 필요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한다면, 데이터마이닝은 어떠한 형태의 고객 행동도 모델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CRM의 핵심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중심적 사고" 라든지 "고객만족"으로는 부족하다.

CRM이 성공하기 위하여는 고객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마케팅이 되어야 한다.

고객이 기업의 중심에 있고 기업은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경영전략을 세우는 친밀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CRM의 모든 프로세스는 고객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RM이 모든 마케팅 문제의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기업이 무조건 CRM에 많은 자본을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기업의 특성에 맞는 CRM을 수행해야 한다.

즉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합한 마케팅 시스템과 고객관리 목표 및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각종 고객관련 정보 등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CRM시스템 구축과 운영 방법론을 수립할 때에만 올바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주우진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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