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지하철 긴자선 도라노몽 역에서 2번 출구로 나가 2분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37모리''란 빌딩이 보인다.

이 건물 1층 문을 밀고 들어가면 중소기업사업단 정보센터라는 곳이 나타난다.

이 센터에서는 20여명의 벤처분야 컨설턴트들이 자리에 앉아 이른 아침부터 찾아오는 기업인들에게 각종 상담을 해주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이들은 한사람당 하루에 적어도 5명 이상의 기업인에게 투자아이템 선정 및 수익성 향상방법 등을 상담해주고 직접 회사를 찾아가 지도해준다.

컨설팅을 받는 기업에 컨설팅 비용도 지원한다.

한국에도 이곳처럼 기업인의 경영 애로를 상담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1층 상담센터다.

그렇지만 이 상담센터는 언제 가봐도 개점휴업 상태다.

요즘 일본과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불황의 늪에 빠졌다.

이 늪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컨설팅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벤처기업인들은 결코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이것은 경영 잘못 때문이 아니라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선 컨설턴트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왜냐하면 컨설턴트들이 자신의 직업조차 포기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기업청에 등록한 컨설턴트인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는 모두 1만5백38명.

이 가운데 등록 갱신을 포기해 자격을 정지당한 컨설턴트가 4천6백57명에 이른다.

전체 컨설턴트 중 44%가 자격을 포기한 것이다.

특히 기술지도사는 절반 이상이 그렇다.

도대체 왜 이들은 애써 따놓은 컨설턴트 자격을 포기했을까.

이것은 한마디로 일거리가 없어서다.

상담받으려는 기업이 없는데 컨설팅해 줄 방법이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 컨설팅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 상담회사는 모두 1백44개 업체.

이들 중 아더앤더슨코리아 등 몇몇 회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적자에 짓눌려 있다.

또 갈수록 영세해지고 있다.

자본금 5천만원 수준인 상담사가 51개사에 달하는 데다 직원 3명 이하인 상담사도 56개 업체나 된다.

벤처기업인들은 영세한 컨설팅회사를 믿지 못하고 컨설팅사는 콧대 높은 벤처기업인들이 상담받을 자세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결국 서로 믿지 못한 채 함께 서서히 시들어가는 중이다.

이런 시점에서 중소기업청이 일본 도쿄에 있는 중소기업사업단처럼 컨설팅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50억원의 자금을 마련,물을 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컨설턴트와 벤처기업인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이 돈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