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의지는 뉴욕증시 급락 충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과 금리가 요동치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공세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증시를 몰아쳤다.

종합지수는 이레 내리 하락하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5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도 이레째 동반하락했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493.69로 마감, 전날보다 9.57포인트, 1.90% 내렸다. 이날 마감 지수는 지난 98년 12월 5일 490.71 이후 28개월중 최저치다.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61.95에 마감, 전날보다 0.85포인트, 1.35%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보다 1.90포인트, 2.87% 하락한 64.34를 기록하며 7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50 지수선물 6월물은 전날보다 0.40포인트, 0.55% 떨어진 71.7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정부 증시안정화 대책 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공세로 500선이 무너져 투자심리 동요가 예상된다"며 "향후 450선까지 종합지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증권 박준범연구원은 "미 반도체지수하락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 전저점인 480까지 하락을 예상하면서 지수가 반등할 때 마다 이익실현에 나설 것"을 권했다.

종합지수는 이날 나스닥지수가 6% 이상 폭락했다는 소식에 500 아래서 출발했다. 이후 오전 11시 경 정부의 증시안정화 대책 발표 직후 증권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잠시 5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안에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이 시장에 퍼지며 500선 아래로 다시 내려간 뒤 하락폭을 넓혔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일찌감치 순매도 1,000억원을 넘기며 불안감을 자극했다. 외국인은 이날 1,774억원을 순매도, 연중최대 규모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한편 개인과 기관은 저가매수에 나서 각각 753억원과 926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받은 삼성전자는 3.7% 급락하며 18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도 외국인 매도로 0.6% 내리며 연중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시가상위 5개종목중 포항제철만 1.1% 올랐을 뿐 나머지는 모두 내렸다.

주택은행과 삼성증권이 각각 5.8%와 4.1% 내려 이날 금융주 약세를 대변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과 기계만 소폭 상승 마감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렸다. 전날 급등했던 은행주가 4.7%로 가장 낙폭이 컸다. 장중 3% 이상 상승했던 증권주는 1.7% 내린채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금융 3.5%, 운수창고 3.9%, 전기전자 3.1%, 비금속광물 3.1%, 의약품이 3.2%로 하락폭이 컸다.

거래량은 3억 1,364억주, 거래대금은 1조 4,573억원으로 전날보다 다소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동기식 IMT-2000 사업을 재료로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만회, 한때 65선을 상향 돌파했다.

하지만 대형통신주의 강세가 분산되고 개인과 외국인이 관망세에 빠지면서 거래가 크게 줄어 지수는 다시 64선 아래로 밀렸다.

개인과 외국인이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면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2억5,587만주가 손이 바뀌었다. 지난 1월 4일 이후 가장 적었다. 거래대금도 1조261억원에 그쳤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7억원과 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투신을 앞세운 기관은 54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주력했다.

LG텔레콤은 동기식 IMT-2000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배경으로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하나로통신도 2.08% 상승했다.

동반상승하던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은 오후에 하락반전, 각각 1.4%, 1.6% 떨어졌다.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은 나스닥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경닷컴 한정진 임영준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