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돈을 번다.

국내에서도 대박영화가 속출하고 밀리언셀러 음반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세계를 제패할 태세다.

"굴뚝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미래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오락이 제조업 대신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의 수석 컨설턴트인 마이클 J.울프는 저서 "오락의 경제"에서 아예 오락이 21세기 기업 생존의 기본 조건이라고 단언했다.

한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논하는게 유행이었지만 한국 영화계에서도 "영화의 경제학"을 논하게 하는 "재료"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는 영화 "쉬리"(99년)가 쏘나타 승용차 1만1천6백57대를 생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쉬리"의 흥행기록을 뛰어넘은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력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데 있다.

영화 한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비디오 음반 게임소프트웨어 캐릭터 테마파크에까지 영향력이 미친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 유스" 효과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오락산업의 수요는 더욱 많아진다.

미국의 경우 지난 99년 현재 가구당 저축비가 전체 지출에서 2.1%를 차지하는 반면 오락비의 비중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청소년층이 주소비계층이라는 점에서 그 성장가능성은 더욱 높다.

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중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끄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풀이한다.

"디지털화"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에 동력을 더하고 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는 99년말 내놓은 "세계 엔터테인먼트및 미디어 산업전망"에서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2004년께 1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과 케이블 산업이 두자릿수로 성장한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인터넷 활성화는 초대형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창출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시장에도 성장엔진을 제공한다.

만화시장이 대표적 예다.

학산 대원동화 같은 출판 만화업체의 강호들은 "온라인 만화웹진"에 뛰어들고 온라인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던 "코믹스 투데이"는 출판만화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끌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비소년"(인츠닷컴)이 극장용 장편영화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디지털 단편영화를 상영하던 씨네포엠과 인터넷 영화를 상영하던 씨네로닷컴이 오프라인 비디오 시장을 넘본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코스닥 기업인 로커스홀딩스(대표 박병무)는 국내 영화 제작.투자.배급의 양대 강자인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영화제작.음반.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갖춘 사이더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강제규필름(영상), SM엔터테인먼트(음악),바른손(캐릭터), 엔씨소프트(게임), 나이트스톰 미디어(애니메이션)등 각 분야 선두주자들이 손잡고 토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아이스크림"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최근 서태지와 독점계약을 체결해 주가를 높인 음반 기획사 예당엔터테인먼트는 KBS와 공동으로 위성방송 음악전문채널인 "스카이엠TV"를 설립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대를 반영해 지난해엔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특수대학원)에 국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전문 경영자 교육과정(EMP)"이 개설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경영개념을 도입해 접근할 때가 됐다"(임성준 경영학과 교수)는 판단에서다.

오락산업뿐만 아니라 비오락산업에서도 "엔터테인먼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마이클 울프는 "(기업이) 살아남고자 한다면 엔터테인먼트를 팔아라"고 조언했다.

모든 상품에 "오락적 요소(E-factor)"를 가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맥도널드가 디즈니 영화를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영화 등 영상물에 제품의 이미지를 집어 넣는 PPL 광고기법, 영화와 광고를 결합시킨 "무버셜"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어린아이가 제일 애착을 느끼고 몰두하는 게 "놀이"라 했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호이징가는 인간을 "유희의 인간"(호모 루덴스)이라 정의했다.

21세기는 "호모 루덴스"들의 시대며 이제 그들을 위한 오락산업의 잔치가 시작됐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