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진로를 결정하거나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 끓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선다.
그 선택은 결국 개인이 사회에 속해 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협조와 사랑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김우창 고려대 교수의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민음사)은 ''어떤 문학도 시대를 초월할 수 없다''는 문학과 사회의 연관성을 강조한 책이다.
철학 역사 등 관련 학문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폭넓고 깊은 사유를 전개한 메타비평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김소월 이상화 이육사 한용운 등 일제 식민지시대 시인들이 궁핍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식민지라는 현실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그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궁핍''에서 찾고 있으며 풍요의 시대에도 궁핍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궁핍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 나가는 정신이야말로 더욱 고귀하다.
나는 지금도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다질 때 항상 책꽂이 한 켠에서 손때 묻은 이 책을 꺼내 읽곤 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주변상황을 고려하는 버릇도 이 책에서 얻었다.
저자는 실천하되 반성하는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를 ''심미적 이성''이라고 표현했다.
절실한 문제의식으로 이성의 자기 생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지상의 척도'' ''시인의 보석'' ''법 없는 길'' ''이성적 사회를 위하여'' 등 평론집을 통해 문학과 사회,삶에 대한 폭넓고 긴밀한 사유의 깊이를 맘껏 보여 줬다.
읽으면서 내 자신이 책의 활자 속에 푹 빠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문학도 어차피 사람 살아가는 모습의 단면''이라고 보는 철학은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언제나 삶에서 느끼는 궁핍함은 마음의 풍요로 극복될 때 더욱 아름답다.
삶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솔한 문학비평이 담겨져 있는 이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지금도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