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딘 위터(MSDW)의 한국경제보고서(본지 3일자 참조)는 참으로 암울한 내용이지만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기만 하다.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가고 있다는 조짐이 짙다는 지적은 내키지 않지만 부인하기 어렵다.

또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10년 불황을 견뎌낼 힘이 없다는 것은 원화와 엔화, 양국 수출의 구조적 특성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너무도 분명하다.

계속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일본과 닮은 꼴이다.

지속적으로 자본을 들여와야 할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세금리가 이미 국제금리를 일부 밑돌고 있다는 점은 우려해야 할 일이다.

이같은 저금리는 결국 지속적인 원화약세를 결과할 것이고 자칫 자본유출로 이어지는 등 후유증을 남기게 될 가능성 조차 배제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선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려면 저금리와 원화약세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

증시로 돈이 쏠리도록 해 경제현안을 풀려는 정부방침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측면이 있다.

수출을 생각하더라도 그러하다.

MSDW는 그러나 재정을 동원해 기업유동성을 지탱해 주는 일련의 정책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갈 경우 차기행정부의 임기말인 2008년에는 공공부문 부채가 GDP의 60%에 이르러 감당 불가능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 이후 그런대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재정상태가 양호했던 탓으로 공적자금 조성 등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은행 및 기업구조조정 지원정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방법도 한계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획기적인 구조개혁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MSDW의 결론은 따지고보면 새로울게 없다.

그것은 정부당국자들의 시각과 다를 것도 없다.

4대부문 12대 핵심개혁과제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거친데 이어 경제장관들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도 MSDW와 표현상의 차이가 있을 뿐 마찬가지라고 봐 큰 잘못이 없다.

문제는 구조개혁(조정)의 강도다.

올해중 구조조정에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대통령선거가 있고 그래서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내년에는 더욱 어려울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주도 구조조정을 대체로 완결지었다고 발표된 이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부실기업정리 등 실질적인 구조조정작업이 거의 미해결상태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