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취주악 작곡과 편곡으로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정두명(67)씨는 미국 LA에 거주하다 전날 밤 귀국한 여동생 숙희(64)씨와 동생 두호(55)씨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말을 잊었다.

우황청심환을 복용하고 나온 모친 김인순(89)씨는 "네가 두명이 맞냐"고 외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여자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북측 상봉단의 최고령자 임문빈(86)씨는 처 남상숙(81)씨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내가 잘못했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측상봉단 일원으로 서울을 찾은 조형호(70)씨를 부둥켜안은 형 진호(73)씨는 "가족들은 죽은 줄만 알고 30여전부터 제사까지 지내왔는데 평생 동생 생각만 하시던 어머니가 3년전에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북측의 강두수(68)씨를 만나러 나온 동생 두명(63)씨는 "제사를 지내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차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다가 명단에서 빠져 형의 생존을 포기했는데..."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형을 생각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와 형제들이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는 두명씨 말에 두수씨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서울=공동취재단

<>.남측 방문단 가운데 최고령으로 알려진 이제배(94)씨는 북의 아내 김복여(79)씨를 만나고는 "혼자서 애들 키우느라 고생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6.25 전쟁통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홀로 피난했던 이씨는 아들 창환(63) 창실(58) 딸 명실(56) 순옥(53)씨등이 "언젠가 꼭 만나리라 믿었어요"라고 부둥켜안자 "못난 아비를 용서하라"며 울음을 삼켰다.

<>.심장박동기를 달고 휠체어에 의지한채 북의 아들 양록(55)씨를 만난 손사정(90)씨는 "널 만나려 여지껏 살았어"라며 부여잡은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치매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손씨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벙어리인 북의 아들 조병칠(57)씨는 아버지 조구연(90)씨를 만나 가슴에 맺힌 한을 털어내지 못하고 "꺼이 꺼이" 울기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