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할 일도 많은데 급작스런 부고에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팔순을 넘긴 고령이면서도 왕성한 기업활동을 펼쳤던 임께서 영영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커다란 슬픔이요, 참으로 큰 손실입니다.

소년 시절 연탄 리어카를 끌던 일을 자신의 사업으로 크게 키우고 싶다면서 출발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의미의 대성(大成)은 연탄사업으로 시작해 반세기를 지나면서 국내 굴지의 에너지 전문그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처럼 임께서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고집으로 언제나 에너지산업과 함께 하며 오직 에너지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임께서 무슨 일이건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하나님의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라는 겸손함 청렴함 등 하나님의 소명의식으로 사업에 항상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평소 ''국민의 사랑을 못 받을망정 지탄받는 기업은 만들지 말자''라는 임의 기본 경영자세는 남의 돈을 안쓰는 기업,착실한 내실경영을 기업이념으로 대성그룹을 건실한 반석 위에 올려 놓았고,특히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겪고 있는 후배 경영인들에게 남다른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이익을 조금 냈다고 교만하지 말라''면서도 나라의 인재를 키워 사회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임의 소신에 따라 대성경기장학회,대성해강장학회 등을 만드시고 해강과학문화재단을 만들도록 유훈하시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본보기를 보였습니다.

이제 임은 어려운 우리 경제계를 뒤로 하시고 원대한 구상과 포부를 접어둔 채 떠나시지만 임의 유업과 유훈들은 국가경제를 다시 회복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임을 떠나보내기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아직 못다 이룬 일은 우리에게 맡겨두시고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