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은 지금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연산 4백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4~5개 메이커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르노 등이 지난해 경쟁적으로 피아트 미쓰비시 마쓰다 삼성 등의 지분을 전부 또는 부분 인수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다.

이러한 M&A(합병.인수)는 지분을 넘겨줬지만 상호와 브랜드는 유지하게 된 인수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빅 메이커들의 우산에 들어감으로써 생존을 확보하는 전략적 제휴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일본 도요타처럼 다른 업체를 인수하지도 않지만 인수 당하지도 않고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도요타 같은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다.

로컬시장에만 매달리는 메이커가 아니라 세계 무대를 겨냥하고 뛰는 메이커라면 이제 더 이상 "줄서기" 아닌 독자 생존은 통하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역시 이같은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외국 기업과는 자본제휴를 하지 않는다는 오랜 철칙을 깨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자본.기술.생산제휴를 맺었다.

생존을 위해 다임러의 우산 아래 들어간 셈이다.

두 회사는 당시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10% 인수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 <>월드카 공동개발 <>대우자동차 공동 인수 등 4개항에 합의했었다.

이중 자본제휴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대우차 공동 인수는 불발됐고 월드카 공동 개발도 최근 다임러가 자체 개발쪽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무산된 상태다.

월드카의 경우 당초 현대차와 다임러, 다임러가 대주주인 미쓰비시는 배기량 1천3백cc 미만 승용차를 공동 개발, 2003년부터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차종에 대한 이견으로 현재 독자 개발.생산쪽으로 갈라져 있다.

다임러-미쓰비시는 8백cc급 미만의 경차를 원했던 반면 현대는 이미 플랫폼(차대:차량의 아랫부분으로 차체를 결정짓는 핵심 부문) 개발이 완료된 1천3백cc급 소형차를 주장, 합의를 보지 못한 것.

그러나 다임러-미쓰비시가 독자 개발할 "Z카" 프로젝트가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현대의 월드카가 나오는 2002년 이후 다임러-미쓰비시가 월드카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현대.다임러.미쓰비시는 승용차 전 차종을 대상으로 플랫폼 및 엔진 공동 사용을 위한 협의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 생산.기술 제휴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이들 3사가 엔진.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 대당 4천억~5천억원에 이르는 신차 개발비의 절감과 통상 3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의 단축 등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돼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차 부문 제휴의 경우 현대와 다임러는 전주공장을 합작법인으로 전환, 오는 4월중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는 전주공장을 현물로, 다임러는 자본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다임러는 현재 실사를 끝내고 가격을 협상중이나 현대차가 희망하는 가격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제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대는 차세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도 진행하고 있다.

연료전지 개발은 세계적으로 GM-도요타와 다임러-포드 두 컨소시엄을 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대는 다임러 포드 등이 주축이 된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