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인수 <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isp@lawyers.co.kr >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세계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걸프전의 전투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이제는 문화 정보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지구촌이 마치 한가족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낯설지 않으니 참 많이도 달라졌다.

지구의 반대편을 굳이 여행하지 않더라도 아프리카 오지의 풍물이나 유럽의 맛있는 식당을 TV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또 원하면 미국의 석학에게서 직접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유럽의 저명한 음악가에게서 레슨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경제분야는 우리가 지구촌 한가족임을 더욱 실감나게 해 주고 있다.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한마디는 우리의 자본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조선산업에 대한 EU의 보조금 시비나 최근 현대전자의 회사채 신속인수에 대한 미국의 이의제기는 우리 경제정책도 그 예외가 아님을 잘 알게 해 준다.

또 이러한 세계화 추세 속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뇌물 제공을 방지하는 공동규범을 채택했고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규제방안도 여러 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화''는 우리의 가정생활이나 기업활동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흐름을 조금만 소홀히 하다가는 뒤떨어지기 십상이다.

물론 아직도 법률이나 문화 등에서 각국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고 있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얼마전 미국 콜로라도주 소도시에 있는 스키장에서 스키어끼리 충돌해 한 남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가해자인 22세의 청년에게 과실치사혐의로 징역 90일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우리가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으로 세계가 더욱 빠른 속도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점들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지구촌 가족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