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현 시국인식과 처방에 대한 ''3당 3색''의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경제평가와 안기부 사건, 언론사 세무조사 등 현안을 놓고 대표 연설을 통해 날카롭게 대립, 향후 국회의 험로를 예고했다.

또 민주당과 자민련은 ''DJP공조''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냈으나 자민련이 국가보안법과 남북문제에서 정책적 차별을 시도하며 한나라당과 입장을 같이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 경제상황과 개혁 평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자민련은 독자목소리로 차별화했다.

한나라당 이 총재는 "신관치에만 매달린 결과 우리 경제는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시장경제에서 멀어져 갔다"며 "2월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허언(虛言)은 그만 두고 시장이 믿을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최고위원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고 진단한 후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경제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개혁의 당위성을 중점 역설했다.

반면 자민련 김 대행은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가 어떤 기업은 살리겠다, 어떤 기업은 퇴출이다 하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결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양비론''적 자세를 취했다.

◆ 보안법 개정과 대북정책 =''DJP공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공조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보안법 개정에 대해 이 총재가 "당장 개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언급한데 대해 김 대행은 ''시기상조론''을 피력하며 ''한-자동맹''을 택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여야협의와 국민동의를 얻어 보안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개정 당위론에 무게를 실었다.

대북정책에서도 이 총재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남북관계가 더이상 지속돼선 안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김 대행은 "남북교류와 협력은 상호주의 원칙이 중시돼야 한다"며 보수색깔을 분명히 했다.

이에 한 위원은 "결코 우리가 (북한에) 끌려다닌 것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 이 총재의 방북 및 김 위원장 면담주선 의사를 피력했다.

◆ 정치현안 =3당이 원론적으로는 정쟁중단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정쟁을 끝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나아가려면 제도화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정치대혁신''을 제의했다.

한 위원도 "여야가 올 한해만이라도 정쟁중단을 선언하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자"며 정쟁중단과 경제전념을 화두로 삼았다.

김 대행은 정쟁중단을 제의하면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안기부 사건 수사에 대해 이 총재는 ''정치보복이자 야당 분열 책동''으로 규정하고 특검제 도입을 요구한 반면 한 위원은 ''예산횡령사건''이라며 야당의 수사협조를 촉구하는 등 맞불작전을 폈고 김 대행은 대표적인 정치부패 사례라고 민주당을 거들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