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공원을 찾아냈다고 했다.

평소 "점잖은" 말만 골라 쓰던 사람이 웬일인가 싶다.

삼청동 삼청공원이란다.

날도 추운데 웬 공원.

하지만 워낙 바깥에서 걷기를 즐기는데다 꽤 가고 싶은 모양인지라 따라 나섰다.

옛스런 분위기가 흠뻑한 삼청동은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지배하는 별세계다.

북악산 기슭에 자리한 삼청공원도 더없이 한적하다.

낯선 고요속에 새소리만 이따금 귓전을 울린다.

10만여평에 달한다는 너른 터는 마른 나무들로 빽빽하고 곳곳에 계곡과 시내가 숨어 있다.

하지만 겨울공원은 호젓하다기 보다는 쓸쓸했다.

눈덮인 앞산 전경도 근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철은 아닌 듯 싶다.

빙판진 오르막 산책로를 오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낑낑대는 폼에 미안했는지 조심스레 물어온다.

"그래도 사람이 없어서 좋지?"

웃고 말자.

"숲이 우거지고 계곡에 물도 흐르면 훨씬 끝내줬겠네"

산책을 마치고 벤치에 앉는다.

삼청(三淸)이란 이름은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세 궁전인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에서 유래했단다.

산과 물이 맑고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해서 삼청이라는 설도 곁들인다.

뜻밖의 설명에 놀라 바라보니 인터넷에서 챙겨온 자료를 "커닝" 중이다.

성의가 고맙다.

나오는 길에 "삼청동 수제비집"(735-2965)에 들렀다.

뜨끈한 수제비 국물이 꽁꽁 언 속을 달랜다.

25년도 넘은 전통찻집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734-5302)에서 드는 십전대보탕도 별미다.

겨울 삼청동도 생각하니 멋이 남다르다.

돌아가는 길에 그가 말을 꺼낸다.

"아까 공원말이지..."

한참 머뭇댄다.

"연인끼리 걸으면 정이 깊어진대"

키득 웃음이 난다.

자료엔 연인끼리 걸으면 결혼에 골인한다고 써있더구만.

하긴, 그게 바로 이 남자다.

"그래? 그럼 매일 오지 뭐"

그가 환하게 웃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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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길 = 지하철 3호선 안국역(1번 출구)에서 하차, 삼청동길로 올라가다가 한국금융연수원을 지나 오른쪽.

서울역-경복궁-삼청공원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도 있다.

3백65일 24시간 무료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