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연습장에 갔다.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연습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빽빽이 찬 타석,모두들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오로지 볼만 응시하는 이들은 모두 진지해 보였다.

사람들이 골프를 치는 이유는 사업상의 이유,건강상의 이유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어떤 의식이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순간,볼에만 열중하고 있는 그들이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머리를 비울 일이,마음을 골프에만 쏟고 싶은 사람들이리라.

내가 아는 분중에 마흔이 되도록 혼자인 분이 있다.

그는 내가 본 사람중 가장 독하게 골프를 치는 싱글골퍼다.

때로는 골프가 유일한 낙이자 목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에게 왜 그리 열심히 치느냐고 물었다.

"만약 골프에 매달리지 않았다면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은 무엇으로 채워졌겠어요.

골프가 없었더라면 타락했을지 몰라요"

삶이 고달팠던 또 한사람이 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볼을 많이 쳤다고 한다.

밤 11시까지 연습장에서 볼을 두들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으며,마음에 쌓인 울분을 녹여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일에 치여 있을 때,혹은 몹시 번민스러운 상황일 때 골프를 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경험을 해보았다.

볼을 치는 4∼5시간 동안은 다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오직 볼과 깃대만 보였다.

그러고는 한걸음,한걸음 볼까지 걸어가면서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키곤 했다.

왜 고민이 많고 외로운 사람들은 볼을 치는가? 반복적인 볼치기 동작을 통해 뇌를 철저히 단순화시킨다.

잘 맞은 볼에서 나는 임팩트 소리가 막혀 있던 가슴을 뚫어주기도 하고,확 트인 풍경을 접하면서 좀더 큰 눈,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처럼,골프에는 골프외의 모든 상황을 잊어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치며 달래다니 사치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긴 시간동안,몸은 물론 마음까지 송두리째 빼앗아주는 것이 몇이나 되던가.

그에 대한 보답이라는 차원에서 골퍼들은 그 사치를 용납하고 있는지 모른다.

www.golfsky.co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