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구여권 선거지원사건과 의원 이적문제로 촉발된 경색정국이 해소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쟁을 지양하고 대화정치를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설 민심을 수용, 여야 모두 대치상황을 조기에 해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내달초로 예상되는 민주당 총무경선이 끝나는 대로 여야간 대화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법무부의 9백40억원 손해배상 청구에 맞서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국정상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 민주당 =26일 당4역회의를 열어 정쟁을 중단하고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데 전념하기로 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쪽으로 기조를 바꿀 것"이라며 "야당과 오순도순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주식시장 안정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외국자본의 주식시장 대거 유입, 경제위기 의식 해소,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 등 희망적인 변화를 정치권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중권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 돌출한 안기부 사건을 푸는 방법이 여야간 달랐던 것일뿐 여야가 국정파트너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야당과 대화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회정상화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며 조기 정상화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김 대표는 오는 29일 의원 연수회에서 정국운영 구상의 대강을 밝힌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안기부 선거자금사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단호하게 대처키로 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

◆ 한나라당 =이날 민주당이 국회정상화 의지를 내비친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법무부의 안기부자금 국고환수 소송에 대한 성토도 계속했다.

정창화 총무는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국회정상화 발언에 대해 "국회를 열어 민생 및 경제 문제를 논의하자는게 그동안 우리측 주장이었다"며 "임시국회 일정과 관련한 협상을 제의하면 언제든 응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 총무라인이 어떻게 구성될지 불투명한데…"라며 국회 조기정상화 여부는 여권 의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권의 국고 환수소송과 관련해서는 특위를 열어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고 법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와관련, 이회창 총재는 주말까지 자택구상을 계속한뒤 오는 29,30일 열리는 의원연찬회에서 10일간 장고한 난국타개책을 밝힐 예정이다.

이 총재의 구상은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민생문제를 논의하고 안기부 자금파문에 대해선 강경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치-민생'' 분리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