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천홍산업단지 안에 있는 자경케미칼(대표 이기석).

이 회사의 4층짜리 사옥 맨 위층엔 실내 골프연습장이 있다.

연습장 한켠엔 전직원 25명의 골프화와 골프채가 놓여 있다.

별다른 체육시설이 없는 공단에서 직원들이 쉬는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도록 배려한 것.

지난해 완공한 이 사옥엔 골프연습장 외에도 사우나장 도서관 휴게실 등 직원들의 복리 후생시설이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장이 아닙니다. 연구원들과 생산직원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간이지요. 일종의 R&D(연구개발)공장입니다. 그래서 사옥도 R&D분위기가 나게 설계한 겁니다"

사옥을 직접 설계했다는 이기석(46)사장은 "내가 사는 집보다 더 신경을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R&D를 강조하는 자경케미칼의 주 전공은 제지용 오염방지제.

제지기계에 끼게 마련인 각종 찌꺼기를 없애는 화학약품이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엔 물이 필수적으로 쓰인다.

문제는 그 물 속에 있는 미네랄 등 금속이온이 제지기계에 찌꺼기로 남아 설비 효율과 제품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것.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지업체들은 설비 세정제를 반드시 사용한다.

자경케미칼이 만드는 오염방지제는 일반 세정제와 다르다.

이미 생긴 찌꺼기를 씻어내는 게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때가 끼이지 않도록 막는 것.

사용법도 기계를 세운 뒤 닦아내는 게 아니라 설비를 돌리며 연속적으로 분사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렇더라도 종이나 기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계 등에 해를 주지 않는 약산성 원료를 이용해 고기능 화합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자경케미칼은 이 오염방지제를 지난95년 개발했다.

이때부터 수입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내 제지 오염방지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수의 절반이상을 이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또 자경케미칼의 제품 국산화로 수입제품의 값이 60%이상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하대 화학과를 나와 제지회사에 근무했던 이 사장은 "제지설비 세정제까지 비싼 수입품을 쓰는 현실이 안타까워 제품개발에 나섰습니다"고 말했다.

자경케미칼은 제지용 오염방지제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기술 노하우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제지공장 뿐아니라 정유공장이나 제철소 등에서도 쓸 수 있는 설비 세정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

또 설비 오염방지제의 주원료 화학물질인 포스포네이트 화합물을 국산화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전직원의 30%가 연구원이고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는 자경케미칼.

이 사장은 "제지약품 분야에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041)622-1774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