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수 <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 >

세계 전력산업의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규제완화와 경쟁체제가 도입되어 전력산업의 내부경쟁을 유도하고,국제적으로는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전력관련 산업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러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전력산업의 경쟁력은 ''기술 자립''과 ''경제성 향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설비와 기기의 표준화를 통해 많은 부분이 달성된다.

''표준화''란 기술기준의 개발과 적용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개발은 전력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건이다.

''기술기준''이란 이해당사자 상호간에 지키기로 규정한 기술적·제도적 규약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법적 강제요건의 효력을 지닌다.

따라서 우리 고유의 기술기준을 갖게 됨으로써 설비 및 기기의 국산화와 표준화를 촉진,기술자립과 경제성 향상을 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산업의 안전성과 품질확보도 기할 수 있다.

특히 전력산업구조개편에 관한 법률이 확정됨으로써 사업자가 여럿으로 나누어지는 상황에서는 ''기술기준''의 확립과 ''표준화''가 시공 및 설비의 적용과정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하다.

우리 나라는 발전 설비용량 4천8백만㎾를 보유한 전력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기준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ASME,IEEE,캐나다의 CSA 등 발전설비 도입국의 기술기준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기술자립에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우리 나라 전력산업의 기술 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 기준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한국전력공사 및 관련 산업계가 기술기준을 개발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전력산업기술기준 개발은 지난 87년 국내외 현황 등의 조사를 통한 개발 기본방향을 수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95년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에 적용하는 기술기준을 개발하고 2000년엔 송·변·배전 분야까지 확대, 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기준 개발을 완료했다.

이로써 전력설비의 모든 분야를 망라,우리 나라도 명실상부한 기술기준 보유국 대열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 기준은 대한전기협회가 정부의 지도와 한전을 비롯한 17개 전력사업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기술적·제도적 내용을 심의하고 또 관련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심도 있는 검토와 심의과정을 거쳤다.

기술기준은 전력산업 관련 설비 및 기기의 안전성 신뢰성 품질확보를 위해 제정한 단체표준으로 ''관련 법령상의 규제요건에 따라 전력설비의 설계 제작 설치 시공 시험 검사 등에 적용하는 상세기준''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기준을 갖게 된 것은 전력산업 기술 자립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후발국을 대상으로 원전기술의 해외 수출과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기준은 개발 후에도 기술의 발전과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끊임없는 협조와 지원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