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go.kr >

서울 은평구 역촌동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의주(義州)로 가는 길가의 연서역(延曙驛)이 있던 마을이라 ''역촌(驛村)''이라고 했다.

이 부근은 지금도 연신내라고 불린다.

원래는 연서역 앞에 내(川)가 있어 ''연서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역은 왕조시대 중앙집권을 확립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간 주요 도로에 약 30리마다 말과 역정(驛丁)을 갖추고 공문서의 릴레이식 전달,벼슬아치의 숙박,진상품 등의 수송을 담당했다.

그런데 이미 신라 21대 소지왕(炤知王) 9년에 설치했다고 삼국사기는 쓰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 5백38개 역을 두고 이를 40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했다.

역과 비슷한 것으로 원(院)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큰 길의 요지나 인가가 드문 곳에 설치,지방으로 출장가는 관리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요즘의 호텔 같은 곳이었다.

이러한 역·원(驛·院)제도에 따르는 도로망의 기본골격은 서울~의주,서울~새재~동래,서울~영산포,서울~원산~경흥,서울~강화,서울~경주에 이르는 6대로(大路)였다.

이는 오늘날 전국 주요 간선도로와 지방도시 형성의 근간이 됐다.

서울의 양재역(말죽거리) 구파발 이태원 원지동 신원동을 비롯 장호원 조치원 사리원 퇴계원 인덕원 등도 모두 이 역·원제도와 관련있는 지명들이고 보면,제도(制度)는 사라져버려도 땅의 이름은 남아 과거를 돌이켜 보게 한다.

예부터 융성한 나라는 길을 통해 문화를 나누고 교역을 넓혀나갔다.

로마제국의 번영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웅변해 주듯이 도로교통이 그 근간을 이루었다.

로마제국이 가장 융성했을 때 국토면적이 7백20㎢에 달했다.

이곳에는 현재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모두 3백72개,8만5천㎞에 달하는 도로가 놓였다고 한다.

이는 현재 미국(9백39㎢)의 고속도로 연장(8만8천㎞)과 맞먹으니 기원전 로마인들의 지혜와 패기를 엿볼 수 있다.

올 한해 우리도 서울~당진을 비롯 인천 신공항 고속도로,대전~무주간 고속도로 등이 새로이 개통돼 모두 2천㎞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갖고 있다.

2020년까지는 현재의 3배 수준인 6천㎞에 이를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민족사에 길이 남을 경의선철도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북한으로 만주로,그리고 시베리아와 중국대륙을 거쳐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뉴밀레니엄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