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현대사태 대우자동차 처리문제등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빅딜 기업의 실패"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짐이 되고있다.

정부는 지난 98년이후 "과잉설비 해소와 중복투자 방지"라는 명분을 내걸고 빅딜(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을 추진했지만 정책적 목표였던 "경쟁력 향상"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도차량 통합법인인 코로스는 영업환경이 열악하고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항공통합법인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정부가 채권단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독려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기업과 채권단의 지원 부담이 가중되면서 노골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있다.

"일은 정부가 벌여놓고 책임은 기업과 은행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또 LG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면서 강행된 반도체 빅딜은 "수혜기업"이었던 현대전자의 유동성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다른 파장을 야기하고 있다.

대산단지내 석유화학 빅딜대상이었던 현대와 삼성은 외자유치가 무산되면서 1년여의 통합노력을 무위로 돌린채 자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국중공업이 선박용엔진 부문을 통합한 (주)HSD의 경우 영업부문의 호조로 상당한 이익을 올리면서 거의 유일한 빅딜 성공사례로 꼽히고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요건을 둘러싸고 양사가 법정소송까지 준비했던 전력이 있어 경영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빅딜 기업들이 죽을 쑤고있는 이유는 빅딜이후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빅딜이 이뤄진 탓에 참여기업들간 경영비전 통합노력이 부족했고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지도 못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했던 업종들을 대상으로 빅딜을 추진했던 점도 경영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한국철도차량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일부 주주기업의 이기적인 행태에 사실상 복수노조체제가 유지되면서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코로스는 지금까지도 자산-부채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지못하고 있으며 노조의 장기파업을 해소할만한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정부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현대차그룹은 "현 상태로는 불가능하다"며 거부하고있다.

정부는 우주항공법인에 대해서도 삼성측에 넌지시 인수의향을 물어봤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우선 채권단 출자전환을 거쳐 외자유치를 재추진키로 방향을 바꿨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