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증시 폐장일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상승시도가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

나스닥시장이 맥을 쓰지 못하는 등 해외 여건이 도와주질 않고,국내적으론 증시체력이 보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분석가들도 "연말 랠리(Rally)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으로 끝났다"고 설레설레 고개를 흔든다.

그러나 시장 한켠에선 소리소문 없이 연말랠리를 불태우고 있는 종목이 있다.

대형주의 부진을 틈타 일부 중소형주가 시장매기를 모으고 있다.

제약주가 그 선두에 섰고 자산주,실적우량 중소형주등이 그 뒤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대형주를 움직일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주의 박스권 등락속에 개별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주의 한계=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등 지수관련 대형주는 1∼2일 간격의 잔 파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거나 아예 팔짱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가격의 등락에 따른 프로그램매매에 의해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은 미국 증시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고 있고,투신사등 국내기관은 박스권 매매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재현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당분간 500∼550선의 박스권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파는 박스권 매매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 매수에 가담해봤자 박스권 상단에서 쏟아지는 기관매물을 감당하기 힘들다.

물론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사자''에 나설 경우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개별종목 강세=19일 종합주가지수는 8.47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상한가종목이 41개나 나왔고 이달들어 상승률이 50%를 넘는 종목도 80개에 달했다.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달들어 종합주가지수는 4.12% 오르는데 그쳤지만 이 기간중 주가 상승률이 20%를 넘어선 종목이 94개나 나왔다.

상승률 상위종목을 보면 유유산업 수도약품 환인제약등 제약주가 주류를 이룬다.

제약업종 지수는 이달들어서 10%나 오르면서 지난 10월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자산주를 대표하는 대한방직은 1백16%나 올랐으며 한국코트렐 삼영모방 케이씨텍등 중소형 우량주도 30%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19일에도 태평양물산 동일패브릭 대경기계 동원금속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배경=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운용부장은 "개별종목의 강세는 대형주 시세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수익률을 찾아 움직이는 돈이 대형주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 우량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주 강세가 대표적인 예다.

제약주는 지난 7월이후 의약품 매출급증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삼일제약 일성신약등 중소형 제약사의 경우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다.

이처럼 실적이 뒷받침되는데다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낮아 상승시 매물을 맞을 우려가 적은 것이 중소형 개별 종목이 관심을 모으는 배경으로 꼽힌다.

◆유의사항=시세를 분출하는 개별종목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관종 태광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별다른 호재없이 수급논리로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류의 종목을 추격매수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말 분기결산 자료를 확인한뒤 실적개선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