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행방안을 놓고 극한대결을 벌인 끝에 어렵게 합의한 약사법개정안 내용의 수용여부가 불투명하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협상대표들이 관계당국과 난상토론 끝에 도출한 합의내용을 또다시 전체투표에 부쳐야 한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대표성도 없는 사람들과 입씨름을 해왔단 말인가.

의·약·정 협의회가 지난 주말 합의한 약사법 재개정안의 골자는 일반의약품 판매단위를 지금처럼 제약회사 자율에 맡기되 대체조제는 의사의 사전동의가 있거나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약품에 한해서만 허용하고,의약품 분류에 이견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의약계의 협의를 거쳐 재분류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밖에 논란이 돼왔던 단순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는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의약계 내부에서 이같은 합의내용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12일 열린 의사협회 중앙위원회에서도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근절시킬 대책이 미흡하다는 등 불만의 소리가 적지 않아 오는 17일 일반회원들의 전체투표에서 이번 합의안이 추인될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은 약업계도 어느정도 비슷하다.

물론 이번 합의내용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실제 시행과정에서 시비를 벌일 여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인정에 대한 이의 가능성이나 이견이 있는 약품의 재분류에 과연 의료계와 약업계가 원만히 합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합의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노인과 의료보호자, 그리고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 주장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환자와 국민들을 볼모로 한 의료계와 약업계의 이해갈등이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떤 제도건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거의 없으며 시행해 가면서 부딪치는 현안들을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의약분업처럼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돼 있고 오랫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의료계와 약업계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밥그릇 싸움을 계속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이제는 얽힌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때다.

의료계와 약업계는 환자들이 겪은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합의하지 못한다면 정부당국이 나서서 의약분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