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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저널] '반도체로부터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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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을 망망대해의 나비에 비유했다.

    살기 위해 나비는 끊임없이 날갯짓을 해야 한다.

    날갯짓을 그만두면 나비는 그 즉시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만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반도체산업은 바로 망망대해에 떠있는 나비와 똑같은 신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도 쉴 틈이 없다는 뜻이다.

    새 제품을 개발해내기 무섭게 또 다른 차세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 제품에 머물러 버리는 것은 나비가 날갯짓을 그만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1메가 D램반도체의 경우 90년도에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97년까지 7년동안 판매대에 나와 있었지만 주력제품 행세를 한 기간은 90년부터 94년까지 5년에 불과했다.

    곧바로 4메가 D램에 안방을 비워줘야 했다.

    하지만 4메가 D램의 수명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93년 시장에 나와 97년 퇴장했지만 주력제품으로 간주된 것은 94년과 95년 단 2년에 불과했다.

    64메가 D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98년 이후 현재까지 주력제품 노릇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 나올 1백28메가 D램에 곧 자리를 내줘야 한다.

    결국 반도체의 ''생명주기(life cycle)''는 숨고를 여유 없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나비의 날갯짓은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고 각 단계에서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반도체들의 일생''은 고달프기 이를데 없는 하루살이 신세다.

    반도체의 생명주기가 짧아지면 값이라도 올라야 보상을 받을수 있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희망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98년초 개당 18.2달러까지 올라갔던 64메가 D램은 지난 3월 갑자기 개당 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7월들어 8~9달러까지 고개를 들었지만 다시 추락, 지금은 5~6달러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개발비용이라도 줄일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반도체가 한 계단 높은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개발비용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개발뿐 아니라 시설투자 또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삼성과 현대가 지난해 시설투자에 투여한 돈은 31억달러에 이르렀다.

    올해엔 그 규모가 37억달러 내지 4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반도체는 △날로 추락하는 가격 △짧아지는 생명주기 △단계마다 곱절로 늘어나는 개발비용 및 시설투자비의 삼중(三重)·사중고(四重苦)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국경제가 반도체와 명암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시황이 좋으면 주식시장은 물론 온 나라가 흥청댄다.

    그러다 반도체시장이 시들해지면 주식시장과 국가경제 전체가 같이 시들해진다.

    반도체가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97년 외환위기의 근원을 파고들어가면 결국 96년부터 시작된 반도체시황의 급격한 부진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우리경제의 자존심이고 선진경제를 향한 상징이지만 최근의 경제위기도 결국은 반도체 경기의 하강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많다.

    중동불안에 따른 유가상승, 대우차와 한보매각실패, 끊임없는 공적자금조성, 정치불안 등도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가격 추락 또한 우리경제를 위기로 몰고 있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를 타개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오늘 당장 그만둘 수도 없고,그렇다고 끝없는 날갯짓을 계속하기도 곤혹스러운 것이 우리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다.

    미국 월가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과연 ''나비의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또 해방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방될수 있을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www.bj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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