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한나라당 국회의원 ohsehoon@lycos.co.kr >

"새소리 없는 봄이 찾아오고 있다.

오직 고요함만이 한때 새소리로 시끄럽던 들판과 숲과 늪을 덮기 시작했다"

1962년 미국의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그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환경파괴가 낳은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이렇게 경고했다.

그런데 이제 이 말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얼마전 신문에서 가을이 와도 아파트주변에 귀뚜라미 같은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계속되는 개발에 서식지는 줄어들고,그나마 남은 녹지지역에 대한 방충작업이 이들을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과거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헤엄치며 놀던 그 맑고 투명했던 물은 더러워지고 대기는 수시로 목을 따갑게 한다.

또 눈이 쌓인 지붕 위로 잡힐 듯 피어오르던 하얀 굴뚝연기와 시리도록 하얗고 포근했던 눈(雪)의 촉감은 이제 동화 속의 얘기처럼 점점 희미한 과거의 기억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침묵의 가을''에 대해 걱정하면서 과거의 기억만을 더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환경무역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 앞에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구촌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되었고,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그린 라운드(Green Round)''이후 범세계적 환경협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추구하는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부딪히고 있다.

개별 국가간 개발수준의 차이에 의해 후발국가에 환경문제가 또 하나의 국제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EU지역 자동차 수출에 있어 배출기준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생태계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도 의무화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린라운드는 커다란 위협이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달려오다 보니 다른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고,그 결과 오늘날 우리 자연은 엄청나게 황폐해 있다.

하지만 이제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친환경적 산업구조로 개편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다.

환경보호라는 절대 명제아래 해일처럼 다가올 녹색의 격랑을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근심이 아련한 과거의 추억을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