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지난 수개월간 의사들의 태업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국민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미친 파장,그리고 이것이 초래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생각하면 ''총체적 의료대란''이라고 할 만하다.

의사들의 집단태업 원인은 우선 의료보험제도 도입으로 관행수가가 종전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진료비청구에 대한 심사 등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불만이 높아지게 됐다.

또 의대를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신세대 의사들 눈엔 의사보수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배들이 이미 의료시장을 선점해 장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의료계내 병·의원간 경제력 격차도 심화되어 ''미국처럼 자유로운 의업활동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비관적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사태가 바로 의약분업 강행이다.

정부는 시민단체와 연대,강경한 자세로 의약분업을 밀어붙였다.

정책당국자는 ''의료부문은 어느 한 곳을 손대면 그 영향이 전면적으로 파급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해 오늘날의 의료위기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약사법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개 항목의 대정부 요구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체로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듯하다.

이 결과 국민들은 앞으로 수가인상과 연이은 보험료 및 세금인상 등에 따른 부담이 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위기에서 탈출하지만 국민건강을 증진해야 할 책임의 방기,그리고 ''의료계에 끌려 다니면서 국민의료비용의 방만한 증가를 도와준 정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집단에 어울리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스트라이크를 강행,사회적 위치와 신뢰를 스스로 크게 추락시켰기 때문이다.

협상과정에서 법적·제도적 개선이 논의되겠지만,반드시 하나 추가돼야 할 사항은 국민청원에 의한 ''의사들의 집단적 태업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의료부문의 성공적 개혁사례를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경험에서 배워 공공의료부문의 확충과 1차 의료부문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공병원체계를 발전시키고 또 보험자소유 내지 보험자관리병원(HMO)을 도입할만하다.

아울러 전문의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의료부문의 중심을 이루는 의료보험제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의료부문의 주된 과제는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비용으로,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사회보험제도는 기본적인 의료를 주로 담당할 것이 요청된다.

이를 보완키 위해 평소 본인저축에 의존하는 의료저축계정 같은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만성질환비용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국민의료비는 수가인상 이상으로 급속히 높아질 것이다.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의료수요가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종전보다 고급의료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기기의 개발 역시 의료비 증가에 일조한다.

또 만성 성인병이 꾸준히 늘어나 특히 말기진료 비용이 크게 늘 것이다.

이와 같은 장기적 시각에서 의료 및 인력정책을 재검토하고,아울러 의료비 지불제도와 수가제도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한 원로의사는 의사들의 도덕적·윤리적 수준과 관련,"질환 중 10%는 현대의료가 자신있게 치유할 수 있으며,또 다른 10%는 치료 불가능하다.

나머지 80%는 의사의 따뜻한 말 몇 마디 혹은 부드러운 접촉만으로 환자는 쾌유된다"고 했다.

◇필자 약력=

△서강대 경제학과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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